오리는 겉에 있는 털 속의 두꺼운 솜털이살에 닿지 않도록 보호하는 까닭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부리로 틈틈이 기름샘에서 기름을 찍어 깃털에 묻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더구나 오리발은 느끼는 신경이 없고 피도 흐르지 않아서 찬물에 오래 있어도 차가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발이 시려 잠깐이라도 머물기 어려운 이 추운겨울 물속에서 오리는 자유롭게 수영을 즐기는것이다. 옛 문헌에 따르면 오리는 우리말로 오리·올이·올히로 불렸으며, 한자로 압(鴨)이라 했다. 백두산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강이 압록강이다. 세조 때 비상한 정치 수완을 휘두른 상당부원군 한명회(韓明澮, 1415∼1487)는 정자를 짓고 이름을 ‘압구정’이라고 했다. 또한 천년의 고도 경주에는 신라의 역사를 품고 있는연못 ‘안압지’가 있다. 오리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존재였음을 알려주는 부분이다.오리는 물이 있는 곳에 터전을 잡는 물새로 논에서 해충을 잡아먹으며 살아 고마운 생명체였던 까닭에 농사를 짓는 민족에게 매우 친숙하면서 특별한 새였던 것이 이상하지 않다. 삼한시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오리 모양 토기는 특수용기로써 사람들 속에 퍼져 있던 새에 대한 신앙이 표현된 유물이다. 특히 오리는 물새로 청결하고 인간이 넘나들 수 없는 강이나 바다의 물을 건너 세계를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 영혼의 전달자로 상징됐다. 오리는 이후 연못과 함께 그려져 행운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예술에도 깃들어 오리는 많은 유물에 등장하는데 오리 두 마리와 버드나무를 그린 이갑이류도가 대표적인예다. 오리를 뜻하는 한자 압(鴨)을 풀어 쓰면 갑(甲, 으뜸)자와 조(鳥, 새)자가 된다. 과거시험에서 으뜸은 장원급제를 뜻하는데 조선시대의 과거는 1차와 2차 시험을 치른 후 두 차례 합격한 사람들만 모아 임금 앞에서 치르는 3차 시험인 전시를 봤다. 3차를 모두 합격해야 벼슬아치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연달아 합격하라는 기원을, 오리와 버드나무를 그린 ‘이갑이류도’에 담아 표현한 것이다. 또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오리는 날아가든 헤엄을 치든 같은 방향으로 그려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계속 나아감’ ‘목표를 향한 정진’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고려시대 청자연적 중엔 입에 연밥을 물고 있는 오리 모습이 있는데 연이어 과거에 합격한 뒤 귀한 자식을 얻으라는 뜻을 품고 있다. 고려시대 과거제도가 시작됐으니 자연히 과거급제를 비는 상징물로 오리가 인기를 끌었고 벼루에 먹을 갈 때 조금씩 물을 따를 수 있도록 사용한 그릇인 연적을 오리모양으로 만들어 선비들 은 늘 연적을 보며 굳센 마음으로 공부했을 것이다. 2015년 을미년엔 모두들 각자 목표를 가지고 정진하는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할 것이다. 새해 각자의 결심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자주 탄천을 산책하며 만나는 오리에게 부탁해 보면 어떨지…. 성남시민 모두 2015년 새해에 건승하길 기원해 본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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