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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도시 성남을 향해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12/24 [16:3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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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향을 떠나 서울 생활을 시작한 것이 1959년이었다. 그리고 분당으로 이사와 성남 시민이 된 것이 1997년이었다. 그러니까 서울 생활은 38년이었고, 성남 생활은 17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성남이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지지 서울은 여전히 썰렁한 타향일 뿐이다.
거기에는 자명한 이유가 있다. 전세방 살이로 전전하며 시작된 서울 생활은 동서남북으로 질정없이 옮겨다니며 행정 구를 바꿔야 했다. 그런데 분당에서는 분당 한 구에 17년 세월을 안착해 살고 있으니 내 70 넘은 생애 중에서 제일 길게 산 곳이 분당인 것이다. 그 안착감이 성남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게 됨은 너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성남’이라는 지명이 내 뇌리 속에 깊이 박힌 것은 70년대 초반이었다. 그건 ‘성남 폭동’이라고 일컬어졌던 슬프고 가슴 아픈 사건 때문이었다. 그것은 ‘특이한 탄생’을 한 성남시의 역사였고, 조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필연적 비극이었다. 산업화의 물결을 따라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은 도시 빈민이 될 수밖에 없었고, 팽창되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시 빈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것이 서울 외곽지역, ‘남한산성 남쪽땅’ 성남이었다.

뜻이 있으면 길은 언제나 열린다

그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마저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모두 가난했던 그 시절에 정부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폭동’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항거’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 항거는 경찰과의 충돌을 불렀고, 경찰의 ‘비인간적 진압’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나섰고, 뜻있는 사회인들도 성남을 향해 줄을 서며 그 비인간적 처사를 지탄했다. 나도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남의 비극’을 외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분당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 사연인즉 날로 오염이 심해져 가는 서울은 밤에 별이 보이지 않는 지옥이었고, 오염 없이 공기가 쾌청해 밤에 별이 보일 뿐만 아니라 남한산성까지 이어지는 그 아기자기한 산줄기를 품은 분당은 천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천당을 찾아 분당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분당에 와서 나는 세 번째 대하소설 『한강』을 쓰게 되었다. 『한강』은 우리의 경제발전사와 분단 비극의 후유증, 두 가지를 엮어내고자 하는 소설이었다. 그러니 산업화와 인구 도시 집중, ‘성남의 비극’은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성남 시민이 되어 지난날의 성남의 슬픔을 쓰게 될 줄은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소설을 쓰기 전에, 20여 년을 넘겨 다시 발걸음한 성남은 옛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도록 발전적 면모를 해 있었다. 그 변한 모습이 옛모습과 겹쳐지면서 어찌 그리도 가슴이 아프던지. 그 변한 모습은 오로지 성남땅에 발붙이고 살아온 시민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성남의 슬픈 역사를 성심껏 쓰려고 노력했다. 그 슬픔이 깊고, 고통이 클수록 그건 발전한 오늘의 성남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지 부끄러움이나 창피스러움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린 세대들에게도 그 역사를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이제 성남은 인구 100만에, 재정자립도 67.17%로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했다. 그 언론 보도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 뿌듯한지 모른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새 나라를 세워야 할 상황에서 김구 선생께서는 ‘나는 무력이 강한 나라를 원치 않는다.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를 세우고 싶다.’고 하셨다. 재정자립도 1위의 성남 시민이 삶의 질도 1위가 되는 길은 무엇일까. 참된 삶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비롯되듯이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문화 성숙으로 이루어진다.
서울과 가까이 있으되 서울의 닮은꼴이 아닌 성남만의 특색 있는 문화의 창조. 우리가 자꾸 서울을 찾아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울사람들이 우리 성남을 찾아올 수 있게 하는 독창적인 문화. 그것을 잉태시키고, 가꾸고, 개화시키는 것이 앞으로 성남과 성남 시민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뜻이 있으면 길은 언제나 열린다.

작가 조정래


성남에 거주하는 소설가. 지은 책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