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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떠나는 성남역사기행 (6)

  • 관리자 | 기사입력 2008/06/27 [11:2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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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 이집 선생과 광주이씨

성남 지역에는 조선시대 이후 많은 세거문중이 있었는데 그 흔적들은 성남의 경기도지정문화재와 성남시 향토유적의 대부분이 묘역이라는 것이 증명하고 있다. 이런 많은 문중들 중에 중원구를 대표하는 문중으로서는 광주이씨 문중이 있다.

금년 5월 26일 중원구 하대원동에 소재하는 둔촌 이집 선생의 묘역일대가 경기도기념물 제219호로 지정 고시되었는데 이는 중원구 최초의 경기도지정문화재다. 위치는 중원구 하대원동 243-11번지로서 인근 공단로와 인접해 있고 묘역 입구에는 최근 개관한 중원청소년수련관이 위치해 있어 도심 속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묘역은 1993년 8월 2일 성남시 향토유적 2호로 지정되었는데 이 묘역 인근에는 그의 손자 이장손, 증손 이극규, 이윤덕의 묘가 있다. 경기도에서는 둔촌 이집 선생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며 묘역도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어 기념물로 지정했으며 예술적 가치가 있는 이윤덕 묘(성남향토유적 7호)와 추모제 및 제실을 둔촌 이집 묘역의 문화재 보호구역에 포함해 지정고시한다고 밝혔다. 이윤덕 묘역의 묘표는 재질은 흰색 화강암제로 그 옥개석은 운문 속에 용 몸통의 비늘과 좌우 용두가 양각되어 있는데, 큰 눈에 머리의 뿔과 턱의 수염 등이 해학적이다.

둔촌 이집 선생은 고려 말 성리학자로, 조선시대 명문가로 꼽히는 광주이씨의 중시조다. 1327년 광주에서 태어나 충목왕 3년에 문과에 급제해 해박한 지식과 고상한 지절로 이름난 인물로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고려 후기로 중국 남송 시기 완성된 주자성리학이 원을 통해 들어오게 되자 당시 고려시대의 기존 지배층인 권문세족과는 다른 새로운 신세력으로 성리학을 근간으로 정치에 등장한 세력이 신진사대부이고 이들은 과거시험을 통해 중앙 관료로 진출, 후일 조선 건국의 주역들과 조선 초기 사림들의 근간이 된다.
이집 역시 이 시기에 등장한 성리학자이자 신진사대부들의 중심적 인물 중 한 사람으로서 그는 1368년(공민왕 17) 강직한 성품으로 인해 당시 왕의 신임을 받아 강력한 권력으로 개혁을 추진하던 신돈을 비판해 화가 미칠 것을 예견하고 부친과 함께 피신해 경상도 영천 최원도의 집에 4년간 숨어 지내게 되고 부친상 역시 이곳에서 맞이했다. 1371년 신돈이 실각된 후 개경으로 돌아왔으나 잠시 판전교시사로 있다가 곧 사직하고 이후 생의 대부분을 여주 은둔생활로 보내게 된다. 둔촌이 은거하였던 광주 지역은 오늘날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연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임심문을 비롯한 60명에 달하는 많은 인물들과 시로써 교유했다. 그는 당시의 신진사대부로 고려 말 정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도은 이숭인의 이른바 ‘삼은’을 중심으로 김구룡, 정도전 등과 깊이 교유하는 사이였으며 그들이 주고받은 다수의 시를 통해 그의 학문적 소양과 당대 인물들과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둔촌의 저서로는 둔촌집이 남아 있고, 그의 시는 꾸밈과 우회보다는 직서체에 의한 자연스럽고 평이한 작품이 많았다.

성남시는 이번 도지정문화재 지정 이전에 둔촌 이집 묘역을 향토유적 2호로 지정한 바 있고 2006년 3월 27일에는 둔촌 이집의 후손(아들 탄천 이지직 외 8명)의 묘역을 성남시 향토유적 7호(분묘 9기, 석물 30점)로 지정한 바 있다.

둔촌의 후손들 광주이씨 가문은 그의 아들 지직, 지강, 지유(柔) 삼형제와 그의 손자 8명도 과거에 급제해 모두 고위관직에 오르는 등 조선시대에 이르러 광주이씨는 180여 명의 문과 급제자와 150여 명의 무과 급제자를 배출하며 조선 최고의 명문가로 발돋움한다.
둔촌의 자손들은 관직생활에서도 정도를 지켰는데 그 대표적인 후손이 아들 이지직으로 세종시기 청백리로 녹선됐고 영의정을 지낸 증손자 극배는 고관으로 공신이 됐음에도 청렴하고 소박한 생활로 명성을 얻었다. 청백리 이지직은 벼슬에서 물러난 후 탄천에 은거하였는데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탄천 선생이라 불렀다 한다.
둔촌 이집과 그의 후손들은 경기도 광주를 관향으로 한 역사적 인물들로 한 문중의 차원을 떠나 성남시를 대표할 만한 역사적 인물들이다.                     

- 도움말_성남시 학예연구사 진영욱 729-3013
- 전미향 기자 mhchun@cans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