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무를 잘라 대패질을 하고 다듬고 다듬어 줄을 올리고 나면 직감으로 좋은 소리가 날 것 같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다 싶은 나무에서 더 좋은 소리가 날 때 느끼는 희열감은 그 무엇에도 비길 수가 없어요.” “나무만 보면 마음이 설렙니다.” “소리가 잘나야 할 텐데, 소리가 잘 날 거야, 얼른 시집가거라.” 악기를 만드는 동안 나무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악기장의 혼을 불어넣고 사랑을 표현한다. 최소 3년에서 6,7년, 눈·비 맞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나무와 악기장의 숙명이듯이 오랫동안 건조된 나무는 나무의 진이 빠지고 더 단단해진다. 어린 시절 대목장이셨던 아버지의 한옥 짓는 모습을 보며 자란 선생은 어려서부터 나무와 친해졌고, 국악기전문제작 입문으로 30여년동안 국악기 만드는 일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제각기 다른 성질의 나무를 다듬고,공명(울림)판을 만들고, 900도의 온도에 달군 인두로 지져서 나무결을 그대로 살려내는 ‘낙동’ 작업을 한다. 안족(雁足)을 앉히고, 명주실을 얹어 생명의 소리로 악기(가야금)와 한판놀고 나면 순간 귀하디 귀한 자식하나 얻은 듯 기쁨을 느낀다는 임순국(47·백현동) 선생은 성남 유일의 악 기장이다. 대금을 전공한 부인과 슬하의 두 딸이 각기 대금과 가야금을 전공하는 국악 가족이다. 선생은 가야금(12현·18현·22현·25현), 거문고(6현·12현), 법금, 아쟁, 해금, 양금, 대금, 피리,장고, 그 외 국악기 30여 가지를 손수 제작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국악부에서 사물놀이활동을 하며 키워온 국악기 사랑. 이제는 성남 창의교육을 개척한다는 각오와 선뜻 다가서기에는 아직 거리가 느껴지는 국악기의 대중화를 위해 한 가정 국악기 보유를 전파할 꿈을 키우며, 유치원·초·중·고학생들의 단소 체험프로그램을 기획체험작업 중에 있다.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작업과정이 지난해 성남산업진흥재단의 품질공정 개선사업 지원으로 현대장비로 바뀌어 한결 수월해졌다는 임순국악기장. 경기도공예품대전에서 4년 연속 최우수 공예단체상을 수상하는데 기여했으며, 국악기 출품으로는 최초로 동상을 수상했다. 두 딸과 함께 청와대 사랑방 악기시연회, 성남아트센터 세계악기전시관에 20여 점의 악기를 기증 전시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특히 공예인이 많은 성남에 성남만의 공예단지가 조성돼‘성남’ 하면 모란의 전통공예축제로 자리매김하고, 공예인들의 잦은 공방 이전으로 일터를 잃는 일이 좀 덜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소리국악기연구원 031-722-3232, 754-3332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