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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성남| 빠알간 산수유 열매가 들려주는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10/22 [14:5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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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산수유 열매가 들려주는 이야기
 
가을이 깊어지면서 무르익는 많은 가을열매들이 있지만 요즘 빨간 산수유 열매가 여기저기에서 눈에 많이 띈다.
산수유나무의 고향은 중국인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황해 너머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우리나라로 시집오면서 가져와 심었고 그 처녀가 시집온 곳이 전라남도 구례군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산수유가 가장 많이 나는 곳으로 구례를 꼽는다.
산수유는 마른가지에 잎보다 먼저 앙증맞은 모습으로 벚꽃이나 개나리보다도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여서 봄의 전령사
로도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100년가량 지난 후 왕이 된 경문왕과 그와 얽힌 <임금님 귀는 당
나귀 귀>의 이야기 속에도 산수유가 등장한다.

경문왕 당시 신라는 사치스런 귀족들과 치열한 왕권다툼으로 정치가 어지러웠고 천재지변이 연거푸 일어나 백성들의생활이 무척 어려워졌다.
경문왕은 어느 날 아침 귀가 당나귀처럼 길어진 걸 알고 깜짝 놀란다. 어려운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들어 살기 좋은 나라
를 만들라는 경고였을까? 경문왕은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 못하고 늘 모자로 귀를 숨겼고 모자 만드는 사람만은 그 사실을 알아도 임금님과의 약속을 지키며 평생 이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죽음을 앞 둔 모자 만드는 사람은 몰래 대나무 숲으로 가서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 시원히 말했다. 그런데 그 뒤로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
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울렸고 이 소문을 접한 경문왕은 대나무를 모두 베어 내고 산수유나무를 심으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임금님 귀는 길다’로 바뀐 채 이상한 소리는 계속됐다.
그렇다면 경문왕은 왜 대나무 대신 산수유나무를 심으라고 했을까? 그 이유는 산수유열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작고 갸름한 타원형인 산수유열매는 초록색이다가 가을이 되면 루비처럼 빨개진다.
달고 떫고 시큼한 맛의 산수유열매는 달콤한 다른 과일에 비하면 그다지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약재료로 많이 쓰이
며 술이나 차를 만드는 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산수유나무 하나 있으면 애들 키울 돈은 걱정 없다’고 했다.
이렇게 쓰임새가 많은 산수유나무가 어려운 백성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경문왕은 산수유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백성을 위한 절박한 마음이 경문왕이 심은 산수유엔 담겨있는 듯하다 . 산수유열매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추
운 겨울을 보내는 직박구리 같은 새들에게도 소중한 먹이가 된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부쩍 눈에 띄는 산수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본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