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용맹함과 덕을 지닌 새, 꿩 이야기

[생태도시 성남]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12/23 [15:11]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 사진 임봉덕 조류연구가     © 비전성남

남한산성을 오르다보면, 가끔 갑작스런 ‘꿩꿩’ 하고 우는 새소리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된다. 꿩이다.
꿩이라는 이름은 그 울음소리에서 본 뜬 말인데 한자로는 치(雉)라고 쓴다. 이는 쏜살같이 날아가서 바로 땅에 내리는 꿩의 특성을 화살(矢: 화살시)에 빗댄 글자다. 꿩의 수컷은 덩치가 크고 꼬리깃이 아주 길며 ‘장끼’라고도 한다.
반면 ‘까투리’라고 불리는 암컷 꿩은 몸이 수컷보다 작고 꼬리깃도 길지 않으며 깃털도 수수한 갈색이라 숲에 숨으면 알아보기도 어렵다. 수컷의 도움 없이 혼자서 포란을 책임지는 암컷이 알을 품을 때 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라고 한다.
소리에 민감한 꿩은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만 들어도 금방 튀어 날아가는데 알을 품고 있는 암꿩은 절대로 자리를 떠나지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산불이 나도 그대로 타죽을지언정 알을 버리지 않아 알을 품은 꿩을 발견하면 쉽게 꿩도 잡고 알도 구할 수 있다. 한꺼번에 여러 이익을 얻을 때 쓰는 속담인 ‘꿩 먹고 알 먹고’는 바로 이런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한편 새끼꿩은 ‘꿩의 병아리’의 줄임말인 ‘꺼병이’라고 한다. 좀 모자라고 느린 사람을 꺼병이라고 하는데 꿩의 병아리꺼병이는 아주 재빠르다.
꿩은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 사는 텃새다. 꿩은 수꿩끼리 세력다툼을 할 때 어느 한쪽이 피가 나도록 싸우다가 지는 수컷이 자기의 영역과 암컷을 포기하고 떠난다고 한다.
고구려 사람들은 전쟁에 나설 때 수꿩의 꼬리를 꽂았다고 한다. 꿩의 깃은 수꿩처럼 용감하게 싸우겠다는 표시인 셈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군에게꿩 깃을 꽂아줌으로써 그 명예를 드높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승자에게 월계관을씌워 주었다면 고구려는 꿩 깃을 영광의 상징으로 삼았다.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꿩의 수컷이지만 자기 영역을 정해 표시해두고 그안에 있는 암컷하고만 짝짓기를 한다. 이런 까닭에 우리 조상들은 꿩을 덕조라고 불렀다. 우리의 민화 속에 보이는 꿩은 ‘정해진 것 이상을 탐내지 않는 덕’을 상징했다.
조선의 왕비 대례복에는 꿩이 136쌍이나 수놓여 있는데 왜 왕비의 옷에 꿩을 넣어 꾸몄을까? 그 이유는 꿩이 암수를 뚜렷이 구별하고 정해진 때에만 짝짓기를 하는 데다 깃의 색깔이 아름다운 데 있다.
한편 꿩고기는 맛이 좋아서 특별한 음식으로 먹었고 꿩 열다섯 마리를 통째로 구워 소금과 기름 양념을 발라 임금에게바친 ‘전치수’라는 요리가 있었다고 한다. 일반 백성들도 설날이 되면 꿩고기를 넣은 떡국을 먹었다. 떡국에 꿩고기를 넣은 이유는 새해 아침에 첫 음식을 잘 먹으면 일 년 내내 행운이 생길 거라는 믿음에 있었다. 꿩이 없을 땐 닭고기를 쓴 까닭에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생겼다.
2016년 병신년 새해를 맞아 일 년 내내 행운이 같이하길 기원하며 꿩고기는 아니더라도 새해맞이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함께하며 새해 아침을 보내는 것도 제대로 된 새해맞이가 될 것 같다.
아울러 꿩처럼 용맹하게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고 다른 이를 위해 마음을 쓰며 사는 덕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