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많은 꽃들 중 철쭉이 빠질 수 없다. 진달래에 이어 꽃을 피워‘연달래’란 별명을 가진 철쭉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와 달리 꽃과 잎이 같이 난다. 진달래가 서운하겠지만 우리 조상들은 진달래보다 철쭉을 더 아름답고 품격 있는 꽃으로 봤다. 조선 전기 문신인 강희안이 지은 우리나라 첫 원예백과사전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는 ‘화목구품’이라고 해 꽃나무의 품계를 1품에서 9품으로 나눴는데 우리나라 진달래를 6품으로 둔 반면 철쭉을 3품으로 쳤다. 옛 사람들은 철쭉을 ‘척촉(蹠矗)’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척(蹠)’과 ‘촉(矗)’은 모두 머뭇거린다는 뜻이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지나가는 나그네가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꽃을 보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척촉이 변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철쭉은 다른 말로 ‘산객(山客)’이라고도 불렸다. 철쭉과 관련된 이야기는 ≪삼국유사≫에도 나온다. 바로 ‘헌화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부인인 수로와 함께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잠시 쉬게 됐는데 수로가 바닷가 절벽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천 길 낭떠러지에 피어 있는 꽃이었기에 따다 바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때 소를 몰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이 말을 듣고 기꺼이 나서 꽃을 따다 바치며 부른 노래가 이헌화가라고 한다. ‘붉디 붉은 바위 끝에/ 잡은 암소를 놓아두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 한다면/ 저 꽃을 바치겠나이다.’ 수로가 탐냈던 그 꽃이 다름 아닌 철쭉이었다. 또한 1441년 세종 23년 봄에 일본에서 철쭉 두 분을 보내온 것이 기록에 등장한다. 왕이 이 꽃을 대궐에 심도록 했는데 무척 아름다워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미녀인 서시와 비교할 만하다고 했다. 철쭉은 아름답지만 마취 성분을 포함해 유독성분을 지닌 꽃이기도 하다. 그런데 야생에서 잡목과 풀들을 먹는 동물들이 입을 대지 않은 나무가 있으니 바로 철쭉이다. 본초강목에는 양이 철쭉을 먹으면 죽기 때문에 양척촉이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야생 철쭉 군락지가 많다. 독성외에도 철쭉은 꽃받침 주변에서 끈끈한 점액이 묻어나는 특징이 있다. 새순을 갉아먹는 벌레들에게 이 점액질은치명적이다. 새순을 먹으려다가 점액질에 발이 묶여 꼼짝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연약한 식물이지만 이렇듯 지혜로운 방어전략이 있어 살아남고 우리에게 화사한 꽃을 선물하는 것 같다. 철쭉은 성남의 시화이기도 하다. 4월말에서 5월 초 철쭉 만개 시기에 매년성남 상적동 옛골에서는 철쭉축제가열린다. 올 봄엔 가족과 함께 철쭉축제에서 철쭉의 매력에 흠뻑 빠져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청계산 철쭉축제 문의 : 031-729-5882 (고등동 주민센터) △장소 : 상적동 294-4번지(상적3통 공영주차장)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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