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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나를 높이는 존댓말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03/23 [14:1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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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어법은 남을 높여서 말하는 법이다. 우리말의 경어법은 신라 시대의 향가에도 여러 가지 형식으로 나타난다. 경어법은 높이는 대상에 따라 상대높임·주체높임·객체높임으로 나누고, 상대높임은 높임의 정도에 따라 ‘해라’체부터 ‘하십시오’체까지 여섯 단계가 있다. 각각의 높임법은 그에 맞는 조사와 종결표현, 높임 어휘를 골라 써야 한다. 경어법 체계가 이렇게 까다로운 것은 우리의 예절이 그만큼 깍듯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 장유유서의 위계와 계급 질서가 엄격함을 의미한다.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들 중에는 경어법이 가장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말 경어법이 우리에겐 쉬울까? 외국인들은 경어법 체계를 익히는 것이 힘들지만 우리는 자존심 때문에 존댓말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문의게시판에 올라온 한 남편의 이야기를 보자. 이 남편의 아내는 항렬을 내세워 두 살 많은 손아래 동서에게 말을 놓으려고 한다. 손아래 동서는 항렬은 낮지만나이를 내세워 손위 동서에게 존대를 받으려고 한다. 시부모님의 양보 권유도 못 들은 척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두 며느리는 1년 넘게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남편은 아들과 조카 때문에라도 풀고 싶다며 해결책을 문의했다.
또 나이 많은 입사 후배가 갑자기 말을 놓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사연, 입사하자마자 나이 어린 팀장이 대뜸 반말을 해서 당황스럽다는 사연도 있다. 이러한 갈등에 대한 댓글 중에는 당사자들 모두 존댓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존댓말 쓰기는 아랫사람만의 일방적인 의무가 아니다. 윗사람이 상황에 따라 아랫사람을 높여주는, 높여줘야 하는 인격적인 배려다. 경어법 사용에서는 대화 참여자들의 상호 이해와 공감도 중요하다.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한발씩 양보한다면 지위나 나이를 떠나서 남을 존중하고 높여주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남을 높이는 것이 바로 나를 높이는 것이다.

참고도서 : 《한국어 경어법의 기능과 사용 원리》 이정복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