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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 존댓말] 압존법이 뭐예요?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05/23 [11:0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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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아버지가 왔습니다.’와 ‘할아버지, 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중에서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둘 다 맞다. 전통 언어 예절로 따지면 조부모 앞에서 부모를 높일 수 없으므로 전자가 맞지만, 오늘날에는 교육적 차원에서 조부모 앞에서 부모를 높이는 후자도 허용되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왔습니다.’처럼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게 제3자에 관해 말할 때, 제3자가 말하는 이보다 위지만 듣는 이보다는 아래일 경우, 듣는 이를 기준으로 제3자를 낮춘다.
이것을 압존법(壓尊法)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은 압존법을 가족이나 사제 간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직장과 사회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과 사회는 가정과 달리 공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윗사람(과장)을 그보다 높은 사람(사장)에게 지칭하는 경우, 사장님 앞이라도 과장을 높여 ‘과장님이’라고 하고, ‘-시-’를 넣어‘사장님, 총무과장님이 이 일을 하셨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압존법이 언어문화로 정착된 곳이 있다. 바로 군대다. 그러나 국방부는 올해 3월 초부터 압존법을 완전히 폐지한다는 지침을 일선 부대에 내려 보냈다. 그 이유를 “압존법을 경직되게 사용하다 보니 신병들이 상급자의 서열을 다 파악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병영 내에서
신병이 압존법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선임들이 사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압존법 폐지가 군대 기강을 해이하게 한다는 반대의견과 신병들을 괴롭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래된 언어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세 달이 지난 지금 압존법 폐지가 내무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하다. 장병들 사이의 남다른 친밀감이 반대와 우려를 멀리 밀어내길 바란다.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