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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벼룩시장과 가을 다람쥐

김은영 중원구 여수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09/22 [09:0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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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天高馬肥)의 가을이 청명한 하늘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 왔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반가운 장터가 시청 광장에 펼쳐졌다. 처음엔 무슨 행사일까 궁금해 발길을 재촉했는데‘어린이 경제 벼룩시장’이었다. 600여개 팀이 사전신청으로 마감됐고 현장접수가 100명을 웃돌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장터에 동참했다고 한다.
‘어린이 경제 벼룩시장’은 어린이들이 재활용 가능한, 쓸 만한 중고물품을 직거래 하면서 경제 원리와 자원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고 판매수익 중 일부는 자율적으로 기부하는 매우 유익한 장터다. ‘벼룩시장’은 벼룩이 들끓을 만큼 오래된 중고품을 파는 프랑스의 노천시장에서 유래됐다. 실제로 벼룩은 없지만 재미있는 이름으로 서민들의 벗이 되고 있다. 발품만 잘 팔면 취향에 맞고 필요한 물건을 매우 싼 가격에 득템 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행사가 초등학생을 둔 가정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유독 아이들 옷과 장난감 등이 많았다. 마침 눈에 띄
는 가을 점퍼가 있어 어린이 장사꾼과 흥정을 해 보았다.
돈을 내밀자 작아져서 못 입게 된 자신의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치 있게 팔리는, 산 경험을 하는 수줍은 아이들의 동그란 눈이 상기된 볼 만큼 반짝거렸다. 벼룩시장에 참석한 아이들, 부모, 구경꾼들 모두 장터의 왁자지껄한 소란을 즐기고 있었고 모두가 장터의 주인공이다.
아이 옷을 한 벌 장만하고 맘에 드는 물건을 찾아야겠다는 욕심에 낮의 더위를 무시하고 시장을 쏘다녔다. 드디어 초겨울까지 입으면 좋을 듯한 재킷 하나를 발견했다. 성급한 마음에 얼마냐고 묻자 8살 정도로 보이는꼬마 여사장이 화들짝 놀라며 엄마품으로 달아나 버린다.
벼룩시장의 묘미는 잊고 있는 추억을 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정찰제가 아니라 자유로운 가격흥정은 덤으로 얻는 재미 중 하나다.
무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가을에 오랜만에 벼룩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가을 다람쥐 같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겨울 양식을 장만하기 위해 늦가을이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다람쥐같이 움츠러들었던 자신을 다잡고 올 한 해를 보람으로 거두기 위해 부지런한 가을 다람쥐가 돼 보는 건 어떨까?
벼룩시장에서 산 원피스를 폼 나게 입은 모습을 상상하며 중단했던 운동도 다시 하고 게을러진 일상도 정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마감을 향해 내달리는 바쁜 벼룩시장의 분주함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6년 10월 7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 화 031-729-20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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