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은 수선화과 여러해살이 풀로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 해 ‘석산화石蒜花’라고 불렸다. 잎이 난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잎이 진다. 잎도 꽃도 없이 여름을 보낸 꽃무릇은 무더운 여름 끝인 9월 중순에 시작해 10월까지 숲 곳곳에서 가을햇빛을 흠뻑 받으며 붉은빛이 강렬한 꽃을 하나 둘 피운다. 꽃이 진후에야 잎이 돋아나는 꽃무릇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듯하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됐지만 꽃무릇에는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온다. 오래 전 스님을짝사랑하던 여인이 상사병에 걸려 죽은 후 그 무덤에서 꽃이 피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찾아온 아리따운 처녀에 반한 젊은 스님이 짝사랑에 빠져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빨갛게 피어난 꽃이라고도 한 다.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는 꽃무릇은 원래 중부지방에선 만나기 힘든 꽃이다. 남쪽의 고창 선운사를 비롯해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이 대표적 군락지다. 빨간 빛깔이 화려하고 유혹적인 꽃무릇이 그다지 절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절에 꽃무릇이 많은 까닭이 있을까? 바로 꽃무릇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이라고 한다.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한 독성분으로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용 독화살에 발랐다는데 국내에서는 사찰과 불화를 보존하기 위해 꽃무릇을 활용했다. 절의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 심은 것이 번져 절 근처에서 군락을 이룬 것이다. 꽃무릇은 남부지방에 자생하며 습기가 있는 응달에서 잘 자란다. 기후온난화로 중부지방 기후가 따뜻해지자 꽃무릇을 성남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2015년 성남시는 중앙공원에 16만본을 심었다. 그 노력의 결실로 꽃무릇이 지난해 겨울을 잘 보내고 올 여름 끝자락에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게 된 것이다. 분당구청, 율동공원, 신구대식물원에도 꽃무릇이 심어졌는데 꽃무릇이 성남의 자연환경에 잘 적응해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무더위에 지친 성남시민들이 여름 끝자락에서 가을을 맞이하며 멋진 꽃무릇을 만날 수있있게 되길 기원해본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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