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공모로 탄생된 명칭 ‘성남누비길’ 성남에는 지역 주민들이 생활권 중심으로 산행 할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성남누비길’이다. 누비길은 ‘더불어 누빌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라는 뜻이다.시에서 시민 대상으로 등산로 명칭을 공모한 결과 여정숙 씨의 성남누비길이 명칭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 성남은 크게 남한산성·영장산·불곡산·발화산·청계산이 보호막처럼 싸고 있다. 누비길은 시의 경계 지역의 등산길로 ‘시계등산로’다. 그 안에는 검단산, 망덕산, 태봉산 등 많은 봉우리가 있고 생태도시답게 여러 과(科)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총7개 구간(62.1㎞)으로 구성된 누비길! 산행자의 조건에 맞게 선택해서 산행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1구간 남한산성길(복정동~남한산성 남문 7.5㎞) 2 구간 검단산길(남한산성 남문~갈마치고개 7.4㎞) 1구간이라서 일까. 대부분의 산행자가 먼저 선택하는 구간이다. 복정동과 위례동 또는 인근 시의 산행자는 1구간 첫 머리인 복정동 주민센터 앞에서 시작하기도 하나, 많은 사람이 산성역에서부터 시작한다. 산성역 맞은편이 남한산성길 누비길이다. 몇 계단 오르면 산성폭포가 있고 누비길 안내 표지판이 친절하게 코스를 안내한다. 숲길 오른쪽에 잣나무 군락이 있다. 쭉쭉 벋은 나무의 기백이 좋다. 왼쪽으로 군데군데 참호가 있고 참호 간을 연결하는 교통로가 있다. 지금은 산행자의 길이 됐다. 얼마를 걸었을까. 왼편으로 작은 갈래 길이 보인다. 위례동 쪽 길이다. 산길은 하나가 아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산마루로 가기는 매한가지다. 산이 그렇듯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땀이 솟고 숨이 턱에 닿을 쯤, ‘봄을 맞이하는 정자’라는 뜻의 영춘정지(迎春亭址)가 보인다. 지금은 남한산성 내 천주봉에 있는 영춘정으로 현판을 옮겨 기단석만 남았다. 그곳에서 좀 더 올라가면 불망비가 있다. 조선 후기, 수어사 서명응, 부윤 홍익필과 이명중 등이 백성을 사랑한 공적을 잊지 말자는 내용을 비에 새겼다. 불망비 앞에서 산행중인 조성갑 씨 부부를 만났다. “산에 올 때마다 그분들의 공덕과 뜻을 기리기 위해 인사하고 간다”고 한다. 백성을 근본으로 알았을 세 분과 부부의 마음이 땀을 식힌다. 1구간은 9번 버스 노선과 인접하다. 남한산성 지화문(남문)이 보인다. 산행자들의 포토존이다. 지화문 앞엔 오래 된 세 그루의 보호수가 있다. 맨 앞에 있는 보호수는 조선 시대 때 영험한 당산나무였다는 설이 있다. 지금도 그 앞을 지나며 소원을 비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리고 오래 전, 위례동에서 지화문을 지나 남한산 초등학교까지 다녔던 등굣길이었던 옛길을 현재 경기도문화재단에서 복원 중이다. 2구간 산행을 위해 점심을 먹어야 한다. 성 안엔 먹을거리가 많다. 그 중에 우리나라 최초의배달음식 ‘효종갱(曉鐘羹)’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먹던 해장국이다. 성 안에서 끓인 국을 항아리에 담아 등에 지고 한양으로 가면 새벽종이 울릴 때쯤 도착한다고 해서 효종갱이다. 누비길 2구간이다. 지화문에서 검단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광주시와 접경이다. 1구간이 등산이라면 2구간은 걷기 좋은 오솔길이다. 산림초소로 가는 도로를 옆에 끼고 가면 된다. 망덕산까지는 비교적 쉬운 길이나 이배재고개 방향의 하산 길은 돌도 많고 경사가 심하다. 2구간 갈마터널 부근의 연리지가 눈길을 끈다. 태초에 길이 있어서 걸었을까, 걸어서 길이 됐을까. 곧 3구간이다.
3 구간 영장산길(갈마치고개~태재고개 9.7㎞) 4 구간 불곡산길(태재고개~동원동 8.8㎞) 영장산 옛 이름은 맹산이다. 세종대왕이 재상 맹사성에게 하사해서 맹산이 됐다는 유래가 있다. 또한 매지봉은 천지가 개벽해서 세상이 모두 물에 잠기고 이 봉우리에 매 한 마리 앉을 자리만 남았다는 전설에서 매지봉이 됐다는 설이 있다. 광주시와 근접하며 능선이 완만하고 숲이 우거져 걷기에 좋다. 영장산과 불곡산을 잇는 태재고개를 등산육교로 건넌다. 불곡산 역시 경사가 완만하고 울창한 숲길이다. 형제봉 정상에는 소나무가 많고 정자가 있어 솔향과 함께 잠시 쉬어가도 좋다. 한국전쟁 때 서울 재탈환을 위한 ‘선더볼트’ 작전의 격전지며 전사한 장병의 유해가 발견됐던 산이다. 5 구간 태봉산길(동원동~하오고개 10.7㎞) 6 구간 청계산길(하오고개~옛골 등산로 입구 8.5㎞) 태봉산은 조선 인조의 태가 묻힌 곳이라 태봉이라는 설이 있다. 지형은 밥그릇을 엎어 놓은 듯한 반구형으로 풍수지리상 길지라고 한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 부담 없고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이 라이딩하기에 좋다. 청계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계곡엔 맑은 물이 흐르고 나무가 우거져 경치가 뛰어나다. 망경대를 비롯해 매봉, 이수봉, 국사봉 등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진 명산이다. 이색, 정여창, 김정희 등 선비들이 난세를 피해 은거했다. 7 구간 인능산길(인능산 등산로 입구~복정동 9.5㎞) 인능산은 청계산과 경부고속도로 사이에 있다. 수정구 고등동과 서울시 내곡동의 경계다. 울창한 원시림으로 산책하듯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누비길은 곳곳에 갈림길이 있고 주요 지점에 안내 표지판이 있다. 갈림길이 나올 경우 주위를 둘러보면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망설임 없이 따라가면 된다.
누비길의 나무와 꽃과 풀은 사계절 내내 멋진 숲을 만든다. 누비길을 가장 누비길답게 한다. 누비길은 중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식생을 갖추고 있다. 남한산성의 소나무 군락이 다른 곳에 비해 좀 더 많다는 점을 제외하곤 유사하다. 탄천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과거 성남에는 숯 굽는 가마가 많았다. 누비길에 가장 많은 나무는 단연 숯의 주재료인 참나무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는 신갈나무·떡갈나무·상수리나무 등 총6종이다. 어렵게 살던 시절 구황작물이었던 도토리는 없어서는 안 될 식량자원이었다. 누비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는 신갈나무다. 짚신을 신던 옛날, 밑창에 깔고 신었다고 해서 신갈나무다. 떡갈나무는 잎사귀로 떡을 싸서 보관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고, 열매가 크고 단단한 상수리나무는 임진왜란 때 피난길에 오른 선조의 밥상에 올랐다고 해서 상수리나무라는 유래가 있다. 참나무는 물기가 많아 하늘소나 장수벌레 등 곤충들의 서식처며 불이 잘 붙지 않아 방화림 역할도 한다.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사람과 동물의 식량이었던 진짜 나무, 그래서 이름도 참나무다.그 밖에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가 산재하다. 침엽수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아토피 치료 효과가 있어 중요한 숲의 자원이다. 누비길 1구간 산성역에서 남한산성 방향으로 약 500미터 지점에 잣나무 군락이 있다. 시민들의 유용한 자연치유림이다. 그뿐만 아니다. 생강나무, 고마리, 향모 등 200여 종의 식물이 계절 따라 피고진다. 여름이면 남한산성, 영장산 등에서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 하늘다람쥐, 고라니, 멧돼지 등도 산 곳곳에 서식하고 어치, 큰부리까마귀,굴뚝새 등 50여 종이 1~7구간에 더불어 살고 있다. 시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남한산성과 불곡산을 이어주는 갈마치고개에 생태통로를 설치했다. 망덕산과 영장산을 잇는 이배재고개에 등산육교 설치, 영장상과 불곡산을 잇는 2개의 등산육교를 설치해 사람과 야생동물의 안전보행을 확보했다. 현재 영장산과 남한산성을 잇는 등산육교가 공사 중이며 2017년 4월 준공예정이다. 그러므로 영장산, 남한산성, 불곡산 세 구간의 누비길이 연결된다. ※ 자세한 사항은 성남시 홈페이지(분야별 정보→문화관광→등산로 안내)를 참고하면 된다. 조여일 기자 dudlfdk@hanmail.net 오창석 기자 ocs2503@naver.com 고정자 기자 kho64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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