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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 상서로움과 희망을 전해주는 닭의 다섯 가지 덕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12/22 [13:5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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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세공명도     © 비전성남
닭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방의 산과 들에서 자유롭게 살던 들닭을 잡아다 기른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4대 탈해왕 9년에 김알지를 얻을 때 닭이 숲속에서 울었다고 해 그 숲을 계림이라 불렀고 신라시대 천마총에서 달걀이 나오기도 한 걸로 미뤄 신라 사람들은 닭이 매우 신성한 동물이라고 여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먼저 새벽을 맞이해 태양의 떠오름을 인간에게 알려주는 까닭에 닭은 예부터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능력을 지녔다고 믿고 신의 새로 여겼다. 많은 문화권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닭을 제물로 바쳤으며 닭의 피를 뿌려 재앙을 물리치려 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 초하루에 온 집안의 재앙을 물리쳐 달라고 거는 세화(歲畵)에 닭을 많이 그렸다.
닭 중에서도 수탉은 발에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고 적을 맞아 죽을 때까지 싸우는 용기를 갖추고 있어 영웅의 드높고 굳센 마음을 나타냈다. 수탉이 우는 장면을 그린 동양의 그림을 공명도라 한다. 공명도는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치라는 뜻을 담은 그림으로 통했고 수탉을 꾸며 넣은 연적이나 필통은 선비들이 글공부를 많이 해 과거에 급제하거나 뛰어난 책을 써서 그 이름을 세상에 떨치라는 뜻이다.
닭은 소리를 낼 때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울었는데 수탉의 울음소리는 경쟁자에게 제 구역을 알리고 자신의 암탉들을 가까이 묶어 두려는데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웃집 수탉이 울거나 경쟁자가 눈에 띄면 자주 울어서 자기를 알렸다. 힘이 센 수탉일수록 울음 소리가 더 크며 길게 내지른다. 시골에서 새벽에 수탉 울음소리가 다투어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닭은 또한 활발한 기운이 넘치고 뻣뻣한 볏으로 상대를 겁주거나 강함을 자랑한다. 한편 닭은 종교에서도 색다른 상징을 가진다. 크리스트교의 경우 닭은 어린 양과 함께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풍향계 끝의 구리나 쇠로 만들어 진 닭은 그리스도가 로마군인에게 붙잡혔을 때 믿음이 약해져 헤매던 베드로가 수탉의 힘찬 목소리에 자기 잘못을 깨달았다는 성서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이후 풍향계의 닭은 다시 살아남을 상징하게 됐고 교회의 뾰족탑에 두어 사람들을 깨우치고 이끌어 주는 구실을 한다. 흥미롭게도 조계사 법당 문이나 승가사 다리 난간등에서도 닭 무늬를 볼 수 있는데 불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빨리 깨달음을 얻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닭이 오덕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즉 닭은 머리에 멋진 벼슬을 지녔기에 문채롭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무덕을 갖췄으며 적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먹을 것을 얻으면 서로 가르쳐 주는 어짊, 새벽이면 시간을 알려 주는 신의가 그것이다.
2017년 닭의 해를 맞아 닭이 가진 다섯 가지 덕을 새겨보며 이 덕을 생활에서 실천해 보는 2017년 한 해를 설계해보면 알찬 한 해가 될 것 같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