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책읽기와 봉사를 좋아하는 시민 20여명이 모여, 외로운 어르신들이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리고, 힘들었던 때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즐겁게 사시도록 돕고자 ‘어르신과 함께 도란이방(이하 도란이방)’을 설립했다. 도란이방 강사들은 성남시 관내 복지관과 경로당으로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그림책을 읽어 드린다. 생애주기별로 고른 그림책들은 어르신들의 삶을 불러온다. 어르신들은 그림을 보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즐거워하시고, 엄마가 빚어준 쑥개떡이 제일맛있다며 그리움을 털어놓으신다.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하면 “그때는 나도 그랬어. 누구나 힘들고 어려웠지”라며 서로 위로하신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 대부분 가난했던 시절, 그 가난은 혼자만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밖으로 도는 남편 때문에 힘들었다는 어르신은 그래도 그 남편 덕에 천사 같은 딸들을 얻었다고 하신다. 한 어르신은 정성스레 만든 팔찌를 복지관에 두고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셨다. 도란이방 강사들이 마나님 손목에 채워 드리라고 재차 설득하자 못 이기는 척 들고 가셨다. 다음 주에 나타난 어르신은 아내가 정말 좋아한다며 웃으셨다. 어르신들은 매주 한 번 도란이방 강사들을 만나면서 표정도 서서히 밝아지고, 자주 웃고 나중에는 수다쟁이가 되신다. 도란이방은 수다쟁이가 된 어르신들의 무병장수를 바라며 장수 사진을 찍어드린다.도란이방 강사들은 만날 때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활동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서 자서전으로 발간한다. 지난 추석 무렵 수정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자서전발표회가 열렸다. 자서전을 꼭 안은 김정금 어르신은 “두서없이 말했는데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마워. 좋은 추억이 생겼어”라며 좋아하셨다. 도란이방 고정자 회장에게 소감을 물었다.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돌아가신 엄마가 많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앞으로 도란이방 어르신들에게 더 잘해드리고 싶어요.” 옆에 영원히 주인을 찾을 수 없는 자서전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이었다. 기자도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내내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정자 회장은 당부했다. “부모님과 대화할 때 얼굴을 마주보고 눈높이를 맞추세요. 그리고 어린 자식들에게 하는 것처럼, 크게 공감하고 칭찬을 많이 해 드리세요. 그럴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어요.” 문의 : Daum 카페 ‘성남시실버행복나눔회’(도란이방)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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