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다섯 살의 강이자 할머니는 17세에 여수동 섬말에서 시집을 왔고 94세 이형규 할머니는 궁내동에서 19세에 덕수이씨 종갓집으로, 막내 88세 이순희 할머니는 운중동에서 살다가 17세 되던 해에 덕수이씨 작은집으로 시집을 왔다. 옛날옛적 꽃다운 나이에 등자리(수정구 고등동) 마을로 시집 와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비슷한 고생을 하며 어쩌다 보니 청춘은 떠나갔고 이렇게,아직도 살고 있다는 세 명의 어르신을 만나러 막걸리 몇 병 받아들고 경로당을 방문했다. 이 마을에선이 세 어르신이 ‘등자리 3인방’으로 통한다. 등자리에는 약 25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주민 평균 나이는 60~70세. 봄이면 환한 배꽃무리가 마을을 비추고 가을이면 나락이 고개를 숙이는 과정이 세 분의 삶과 함께 고스란히 이어져오고 있다. “할머니들 만나러 시청에서 왔어요”라는 말에 “왜,우리가 너무 오래 살아서 잡으러 온 거야? 하하하.”95세 할머니가 너스레를 떠신다. “어떻게 해야 할머니들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왔어요” 하니 “살다 보니 지금까지 살아지고 있을 뿐”이라며 “난 고기는 안 먹고 채소만 먹어. 깨끗하고 싱싱한 것만 먹어. 이렇게 살다가는 100살까지 살게 생겼으니 큰일이야. 하하하” 하신다. “종갓집 할머니 장수 비결도 좀 알려 주세요.” 이형규 할머니한테 여쭌 말을 “저이는 귀가 먹어서 잘안 들려”라며 95세 할머니가 전해 듣고 94세 아우한테 전한다. 기자가 한 큰 소리는 못 알아듣는 할머니가 95세 할머니의 작은 소리는 귀신같이 잘도 알아들으신다. 역시나 “하하하… 얼른 죽어야할 텐데, 뼉다구가 아퍼서 아주 죽겄어. 하하하.” 옆에서 88세 이순희 어르신은 연신 미소만 짓고 계신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말로 우정을 과시하면서 다시 한 번 “하하하” 하신다. “어르신 중 한 분이 하루라도 경로당에 안 나오시면 전화하고 난리가 난다”고 천영호(74) 노인회장은 말한다. “몇 년 전까지 손수 농사일을 거들었고,지난해 날 좋은 계절이면 경로당 정원을 가꿨다”는 이 세 어르신의 장수비결이라면 등자리의 좋은 공기덕분일 것이라고 천 회장은 말하지만, 아파도 웃고, 할 말이 없어도 웃고, 그냥 또 웃는 긍정적인 생각과 서로를 걱정할 줄 아는 배려 깊은 마음이 아닐까. 식혜와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함께 사는 아들은 효자고 며느리는 효부라는 등 할머니들과의 이야기는 한참이나 더 이어졌다. “언제 또 올 거야?”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고 계세요, 할머니들 만나러 꼭 다시 올게요” 하며 약속을 정하고 경로당을 나섰다.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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