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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향토문화재 제15호] 삶터를 다지는 소리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1/24 [15:2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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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철학을 담은 이름을 지어 사는 동안 그 의미를 새기도록 했다. 안동 서애 유성룡의 종택은 충효당이다. 즉 이 집에 머무는 사람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효를 다하라는 의미였다.

이뿐만 아니라 자손을 분가시키거나 이사를 가서 새로 집을 짓거나 증축하며 집터를 닦고 지반을 튼튼하게 할 때에도 집을 지은후의 복록과 집을 짓는 동안의 안녕을 빌고 평안을 기원하는 고사덕담을 나눴다. 이때 지경돌로 집터를 고르고 주춧돌 놓을 자리를 단단하게 다지며 부르는 노래가 ‘집터 다지는 소리’다. ‘지경 닫는소리’, ‘지점이 소리’ 또는 ‘상량가’라고도 불린다.
 
집터 다지기는 주로 밤에 이뤄진다. 터주신이나 귀신은 밤에 움직인다고 믿어 밤에 해야 액신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선 집주인은 술상을 준비한 후 술을 사방에 뿌리며 동티가나지 말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어 동네 사람들은 술을 나누어 마신 후 횃불을 밝힌 채 집지을 곳에 모여 동아줄 가닥을 나눠 잡고 노래에 맞춰 일제히 들어 올렸다가 내려뜨리면서 일을 한다.
 
‘집터 다지는 소리’는 멕받 형식(메기고 받는 가창방법)으로 선소리꾼이 선창을 하면 지경꾼들은 후렴을 한다. 지경꾼들은 대체로 메김소리 때에 잠시 피로를 풀고 힘을 저축했다가 받음소리를하면서 지경돌을 올렸다가 내려친다. 흥겹고 억세게 부르는 남성노동요인 집터 다지는 소리는 지경돌을 일제히 들어올리기 위한 신호역할을 하며 지경꾼들로 하여금 동작을 질서 있게 하도록 도와 일의 능률을 올리고 피로를 덜어주게 된다.

집터 다지는 소리는 받음구에 따라 종류를 나눈다. 서울지역은‘에이려라’는 받음구를 가지는데 지경류에 속하는 경기지역 집터다지는 소리의 받음구는 “에이어라 지경이요”다. 다른 노동요와는 달리 유교 윤리와 풍수지리적 축원이 바탕을 이루는 집터 다지는 소리의 가사는 대체로 명산대천의 정기를 품은 터에 집터를 다져좋은 재료로 집을 지어놓으면 충효를 실천하는 자손이 만대에 번창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리라는 길조를 담고 있다.
 
성남지역에는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가 있다. 이무술은 분당구 이매동의 옛 이름이다. 300여 년 전 탄천 보에서 하늘로 승천하길 기다리며 1천 년간 이곳에 살던 이무기가 마을 주민에 의해 잡혀 원한을 품고 죽게 됐다. 두려움을 느낀 마을 주민들이 죽은 이무기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위령승천제를 지내자 그 자리에 매화나무 두 그루가 솟아 그 후부터 이매리로 불리게 된 것이 ‘이무술’이란 옛 이름을 가진 지금의 이매동이었다.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는 무형문화재로는 최초로 2017년 1월 성남시 향토문화재 제15호로 선정됐다. 성남지역의 전통놀이와 우리 소리를 지키려는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보존회의 활약이컸다.

이무술 집터 다지기 소리를 알리는 데 함께하는 30여 명의 보존회 회원은 전통가락과 향토민속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성남시민들과 더 많은 어린 세대들에게 이 소리를 알려 맥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2018년에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영기 명창과 보존회 회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성남의 향토문화재에 대한 제도적·예산적 지원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사진제공 : 정동주 사진작가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