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박물관에서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시민을 위한 무료 강의를 진행한다. 체험을 위주로 진행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12개 역사·인문학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11월 문화가 있는 날 강의 주제는 ‘유물 사진 촬영법’. 유물을 촬영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진 촬영과 어떻게 다를까. 겨레문화유산 연구원 임성욱 씨가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사진에 담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함께하는 사람과 그 순간이 담기는 사진에는 사람과 풍경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다. 광고 사진과 풍경, 인물, 기록 사진은 다 같은 사진이지만 전달하려는 것은 조금씩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의 사람들이 남긴 물건, 유물. 유물은 사진으로 한 번 더 기록돼 남는다. 유물 사진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물의 입체적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추고 촬영자의 수고를 더해 도록으로 만든다. 유물 사진을 찍을 때는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카메라, 렌즈, 조명. 예전에는 사진을 찍은 후 사진만으로는 유물의 크기, 위치 등을 알 수 없어 비교 대상을 놓고 찍어야 하고 일일이 기록해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진을 찍는 순간 찍힌 위치, 화소수, 화각 등의 정보가 모두 기록이 돼 사무실에 돌아와 측량이 가능하다. 카메라에 기술이 더해져 편리해졌다. 카메라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카메라 안에 미러가 들어 있는 것과 미러가 없는 카메라가 있다. 요즘은 미러가 없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다. 미러가 있으면 사진기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물 사진 촬영에는 주로 표준계열의 단렌즈를 사용한다. 카메라 렌즈에는 조리개 값이 표시돼 있다. 숫자가 클수록 심도가 높은데 조리개 심도가 높아야 유물이 선명하다. 셔터스피드는 1/60초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하고, 감도를 높이면 노이즈가 발생하기 때문에 도록을 만들 때는 400이 넘어가면 사용하지 않는다. 조명장비는 파워팩, 모노 헤드, 소형스트로브 등 다양하다. 사진을 찍다 보면 빛에 의해 그림자가 질 때가 있다. 그림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렌즈 앞에 조명을 부착해 사용한다. 이것이 링소형스트로브다. 토기의 세부 촬영에 사용한다,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여러 가지 모드 중 그림 모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접사를 할 때도 꽃그림 접사 모드를 사용하지 않고 접사렌즈를 사용한다.
재질 및 종류별 찍는 법도 다르다. 자기는 유약 때문에 빛을 반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빛을 분산시켜 주는 돔을 설치하거나 조명의 각도를 조절하면서 찍는다. 촬영 시 빛 번짐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번짐을 없애면 선명한 느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재질과 종류에 따라 각도, 배경, 배치, 조명 상태가 다르다.
기와의 경우 무게 때문에 이동이 쉽지 않고, 유물의 배경이 되는 배경지가 쉽게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촬영이다. 정면보다는 측면에서 찍는다. 석기유물은 전공자도 잘 찍기가 어렵다. 특히 구석기 유물은 주변에 거울을 달아 부분부분 세부 조명을 주어 찍는다. 굴곡면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나의 유물을 여러 방향에서 찍어야 꺾인 면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꺾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측광을 강하게 한다. 유물은 입체감을 주기 위해 일반적으로 세워 놓고 찍는데 세워지지 않으면 사람이 잡고 찍기도 한다. 찍고 나중에 손을 지운다. 석영은 특히 조명 각도를 세밀하게 맞춰야 한다. 흑요석은 그냥 찍으면 사진에 검게 나와 유물인지 그냥 돌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명을 잘 조절해 찍어야 한다.
여러 개 석기유물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 경우 여러 개를 한꺼번에 찍지 않고 하나하나 찍어 합친다. 유물의 크기를 알기 위해 스케일을 놓고 찍기도 한다. 많은 유물을 한 번에 찍을 때는 유물의 그림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조 조명, 구조를 잘 잡아 배치해야 한다.
도면을 찍을 때는 각 부분의 조명값이 같도록 기준점이 되는 색상 값을 놓고 찍는다. 도면의 경우 한 번 찍으면 다시 촬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이가 조명에 약하기 때문이다. 수장고에서 옮길 수 없는 유물은 조명을 가지고 들어가 사진을 찍고 그 후 배경을 제거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유물을 만지지 않는다. 옮기고 배치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유물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사진을 촬영할 때는 유물의 촬영 상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컴퓨터를 보면서 촬영한다. 미세한 흔들림마저 신경을 써야 하는 작업이었다. 유물이 기록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있었다. 유물 사진에는 옛 이야기만 담긴 게 아니라 유물을 박물관에 옮기고 사진을 찍고 깨진 조각을 이어 붙이는 사람들 손길도 같이 담겨 있었다. 강의를 마치며 임성욱 연구원은 “박물관에 있는 전시된 유물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거쳐 박물관까지 오게 된다. 유물들을 아끼고 관심을 가지고 봐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들려온다. 유리 전시관 안의 유물에는 오래된 과거의 삶이 담겨 있다. 유물이 박물관에 전시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중 한 과정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유물은 그 자체로도 역사의 기록이지만 사진을 통해 한 번 더 기록으로 남는다.
판교박물관 2018년 강의는 성남의 역사문화와 박물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기 바라며 기획됐다. 2019년에는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화재 체험을 기획하려고 한다. 2018년 마지막 강의는 12월 26일(수) 14:00~15:30 김선보 한국외국어대 기록관리학과 교수가 “문명의 흐름과 전환”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문의 : 판교박물관 031-729-4536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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