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동양문화 전통 속에서 충효는 인간의 기본적 도리로서 반드시 실천해야할 윤리 덕목이었다. 고조선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충효사상은 우리문화의 핵심원리로 작동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국왕(국가)와 부모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야만 하는 도덕적 의무에 관한 사상이다. 철학적으로 정의하면, 충효사상이란 충효의 규범을 실천함으로써 인간의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충(忠)의 기본적인 뜻은 성실성의 극진한 실천이다. 효(孝)의 기본적인 뜻은 어버이에 대한 인간다움(仁義禮智信)의 실천이다.

자신의 본성 속에 있는 인의예지의 가치를 바탕으로 가정에서 어버이를 대하면 자연스럽게 존경과 사랑의 감정으로 섬기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충효를 실천적으로 익힘으로써 친절함, 지혜, 예절, 신의, 경건함, 존중, 적절한 순종 등의 덕목을 함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충효의 사상은 인간의 본성인 인의예지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성실하게 실천하고자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적으로 본성 속에 갖춰져 있는 인의예지의 싹을 잘 길러서 실생활에 실천하게 되면, 어버이와 자식이 친밀해지고(親), 상급자와 하급자의 사이가 의로워지며(義), 남편과 아내가 분별 있게 살게 되며(別), 어른과 아이가 화기애애한 질서를 이루며 살고(序), 교유하는 사람들과 신의를 지키게(信) 된다. 우리는 충효의 실천을 통해 천박한 물신주의(物神主義)의 ‘싸구려 세상’을 변혁하고, 인간다움이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품위 있는 세상’을 이룩하게 된다.
 
반성 농경문화의 봉건국가 이념인 충효사상은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와 완전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전통사상은 변화하는 시대와 문명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회문화의 변화 흐름 속에서 “성인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풍속을 따른다.” 예컨대, 누구나 공감하듯이 이제 머리를 길러 상투를 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현대 문화양식에 맞게 단정한 이발을 하고 청결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자본주의 상품소비사회 이데올로기와 산업사회는인간다움을 실천하고자 하는 충효사상을 폐기처분하려 든다. 인간다움의 길과 상품소비 이데올로기의 길은 정반대의 방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길로 들어서는 현대사회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함양하고 보존·전승하는 모태로서의 가정을 해체하고, 나아가 인간다움의 주체인 인간 존재 자체를 해체하려는 위험한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제 우리는 물질과 비물질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4차 산업시대의 도래 앞에서 인간의 가치와 인간다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충효사상의 새로운 반성적 부활을 요청할 시점에 서있다.
 
부활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는 세상 속에서 인간본성의 구현이 자연스럽게 보장되는 삶을 위해, 충효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이보그, 드론,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일상화된 시대에 바람직한 인간다운 삶을 고민해야 한다.

세상은 다 바뀌었으나 근본적으로 ‘인간의 조건’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각박한 현실의 인생행로에서도 괴로워하고 불안해하는 실존적 상황, 아름다움과 선한삶을 추구하는 근원적 욕망, 희생과 봉사 그리고 자비와 사랑을 통한 자아실현의 동경, 병상에 누운 늙은 어버이의 회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소망 등, 우리는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탐구하며 실천할 때만 인간이 된다. 충효에 관한 질문은 바로 인간의 본질적 조건에 관한 질문이며, 사회적 실천의 윤리규범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다. 충효사상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2019년은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선조들은 독립된 아름다운 나라를 이루고자 3·1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선조의 얼을 계승하는 충효사상은 현대산업사회 속에서 사회발전과 사회통합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충효의 실천을 통해 가정과 사회, 국가와 온 세계가 인간다움이 넘실대는 아름다운 생명의 터전이 된다. 충효의 실천으로 가정에서는 심신의 안정과 휴식을 얻을 수 있고, 현대의 고독과 소외를 치유할 수 있다. 개인의 인격 성숙과 국가의 품격 제고를 위해서도 충효사상의 계발과 확산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