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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공감은 물음부터

서현도서관, 저자 초청 강연회 개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3/14 [14:4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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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 당신이 옳다', 서현도서관 개관 기념 저자 초청 강연회     © 비전성남
 

성남시 서현도서관은 3월 12일 오후 7시 30분 다목적홀에서 개관 기념 저자 초청 강연회  ‘정혜신의 적정 심리학 – 당신이 옳다’를 열었다.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일찍 자리를 잡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정혜신 전문의는 30년 동안 의사로 활동하면서 최근 15년은 낮에는 기업 CEO, 법조인 등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밤이나 주말에는 사회 곳곳의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안산으로 이주,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어 유가족들의 치유에 힘썼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 당신이 옳다', 서현도서관 개관 기념 저자 초청 강연회     © 비전성남

 

정혜신 전문의는 많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한 ‘공감’에 대해, 그 의미와 실제 치유 사례를 담은 《정혜신의 적정 심리학 – 당신이 옳다》(이하 당신이 옳다)를 지난해 가을에 출간했다. 책 출간 이후 전국적으로 80회가 넘는 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강연회에는 같이 치유활동을 하는, 남편이기도 한 이명수 심리기획자도 함께한다.

    

이명수 심리기획자는 “5‧18 피해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같은 사회적 재난 트라우마 피해자들은 갑자기 상상도 못할 고통에 빠진 분들이다. 회복이 힘들다. 정혜신이 그들과 관계 맺고 치유하는 걸 봤다. 일어나지 못할 분들이 절뚝거리지만 자기 힘으로 일어난다. 《당신이 옳다》는 그 공감의 비법을 담은 공감행동 지침서”라고 한다.

 
▲ 강연 중인 정혜신 전문의와 이명수 심리기획자     ©비전성남

    

정혜신 전문의가 말하는 ‘당신이 옳다’는 옳고 그름의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어떤 마음을 먹더라도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다’는 뜻이다.

    

엉뚱한 소리를 해도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런 마음을 먹는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나는 이해가 안 되는데? 그게 무슨 말인데?”라고 이유를 물어야 한다.

    

사람에 대해서 ‘네가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고로 너는 옳다’라는 자세를 가지는 것, 그것이 공감의 시작이자 사람의 마음에 대해 가져야 하는 태도다. 그 사람에게 집중해서 묻고 듣다 보면 미처 몰랐던 그 사람의 깊은 속내를 알게 되기도 한다.

    
▲ 강연회 참석자들     © 비전성남

 

공감은 납득이 안 가는 데도 참으면서 끄덕끄덕하는 것, 그렇게 해야 한다니까 참으면서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건 감정노동이고 오래 못가고 결국엔 폭발하고 더 큰 상처를 준다.

 

최고의 공감자는 물어보는 사람이다. 억지로 참으면서 좋은 척, 허용적인 척 들어 주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개별적 존재라 자기만의 생각과 마음이 있다. 그래서 물어봐야 한다. 

    

어떻게 물어야 자기 속마음을 잘 말하는가? 그런 질문은 따로 없다. 그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야 물어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궁금해 하지 않아서 물어보지 않는다. 왜 궁금하지 않을까? 이미 ‘또 쓸데없는 짓, 엉뚱한 소리, 나쁜 짓’이라고 판단하고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궁금하지 않아서 물어보지 않고, 물어보지 않아서 속마음을 모른다. 몰라서 공감할 수 없다.

    
▲ 쉬는 시간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혜신 전문의와 이명수 심리기획자     © 비전성남

 

공감은 깊이 물어보고 듣고 그 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한 후에 생기는, 그 상황에 대한 타당한 감정이다. 

 

이명수 심리기획자는 “‘죽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 누군가 죽고 싶다면,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얼마나 많은 이유가 있었는지 그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나에게 집중해서 물어 주고 걱정해 주고 안부를 물어본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봐라. 없을 가능성이 많다. 내가 보내는 Help me sign, 나에게 보내는 Help me sign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마음을 털어놨을 때 가족, 연인, 직장 선후배 등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떠나, 그 사람의 스펙과 상관없이, 편견 없이 그 사람만의 마음에 대해 집중해서 물어봐야 한다.”

    
▲ 강연 중인 정혜신 전문의와 이명수 심리기획자     © 비전성남

 

정혜신 전문의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죽고 싶다면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너를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그러냐?”가 아니라 “죽고 싶다니 매일 웃고 있어서 몰랐다, 얼마나 힘들었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겠구나”라고 해야 한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에 대해서도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 그러면 안 된다”가 아니라, 죽이고 싶을 정도의 억울함이 뭔지, 마음이 어떤지 물어야 한다.

   
▲ 사인하는 정혜신 전문의     © 비전성남

 

강연 후 질의응답은 중학생, 주부, 직장인, 어르신까지 개인적인 고민부터 강연내용에 대한 궁금증까지 온전히 집중해서 듣고 말하는 시간이었다. 예정된 30분을 넘어 한 시간이나 이어졌다. 사인회는 밤 10시가 넘어서 끝났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 당신이 옳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공감과 치유, 그리고 사람과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정혜신 지음 <당신이 옳다>     © 비전성남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