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3월 20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시청 3층 한누리홀에서 송형석 정신건강전문의를 초청해 ‘나’라는 이상한 나라(부제: 당신은 누구입니까?)를 주제로 마음건강관리 대강좌를 열었다.
강연 이틀 전 접수를 마감한 마음건강관리 대강좌는 200명 정원에 178명이 접수해 시민들의 정신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강좌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대답을 망설일 시민들을 위한 주제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들여다보고 분석함으로써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그 누구보다 소중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준비됐다.
송형석 정신건강 전문의 강연을 맡은 송형석 박사는 《위험한 심리학》(2009), 《위험한 관계학》(2010), 《나라는 이상한 나라》(2018)의 저자다. 사람들의 심리분석을 통한 본심 읽기를 시작으로,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회복시킬 심리진단을 거쳐, ‘자기 이해’와 ‘자기 사랑’의 종착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기획된 3부작의 책이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마음과 마음’의 대표원장을 맡고 있는 송형석 박사는 그간의 상담 경험과 사례들을 예로 들며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방어기제들, 내부에서 발견되는 부모의 흔적, 내면의 다양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나’라는 ‘집’ & 그 내면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문’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이 질문에 사람들은 이름, 직업, 외모, 종교, 취미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항들을 말하지만 정작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답하기 쉽지 않다. 진정한 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어느 순간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직장인, 사회인으로 생활하다 퇴직하는 순간 자기 정체성의 위기가 오는 예처럼. “나는 나쁜 사람 아니야!” 나의 잘못과 실수도 인정하기도 어려운데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건 더더욱 인정하기 힘들다. 고집, 자존심, 타인에 대한 적대감 등이 보이는 순간 자기분석이 필요하다. 나를 ‘집’으로 비유한다면, 기둥과 바닥은 ‘나를 만든 기반’으로 부모나 집안을, 방과 벽돌은 ‘내가 만드는 나’로 공부나 올바르게 살려는 마음을 나타낸다. 집을 드나드는 통로인 문은 내 자아를 드러내는 입구다. 이 문을 통과해야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은 아무에게나 쉽게 열리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을 외부로부터 차단하는 이 문은 이중 삼중으로 놓여있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겹으로 자기 방어기제를 설치한 사람들도 간단하게 자기 내면을 엿보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 자기 내면을 엿보는 관찰법 “지금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나요?” 송 박사의 질문에 “통장과 지갑이요~.” “책이요!”라고 답하는 시민들에게 “제 가방에는 타인의 명함 3뭉치가 있었다. 10년 동안 정리 못한 채 짊어지고 다닌 관계들로 얼마 전 그것을 깨닫고 정리했다”라며 내 책상 위, 가방 안을 살펴보면 본인의 스타일과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기자의 가방 안에는 볼펜이 다섯 개나 들어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세분화해 보는 방법도 있다. 대인관계가 스트레스일 때 약간의 거리를 둬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싫어지는 감정에 대한 내면분석이 필요하기도 하다. 송 박사의 경우, 말 시작마다 “어... 그게 말입니다...”가 먼저 나오는 어떤 분에 대한 싫은 감정을 분석해 보니 과거 송 박사를 자른 상사가 쓰던 말투가 그 원인임을 인지했다고 한다. 일과 게임,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도 그 사람을 엿볼 수도 있다. “반찬 뭐부터 먹지?” “맛없는 것부터.” “난 맛있는 것부터.” 맛없는 것과 맛있는 것을 번갈아 먹으며 맛이 있고 없고의 균형을 맞춰가는 송 박사는 본인의 성격을 까다롭다고 설명한다.
나 들여다보기를 방해하는 방어기제 송 박사가 책상 앞에서 졸고 있는 딸에게 “너, 공부하다가 졸았지?” 하면 1초도 안 걸리고 “아니, 안 졸았어!”라는 대답이 나온다고 한다. ‘안 했어, 아니야’와 같은 부정과 더불어 “아빠 때문에 졸았잖아~”와 같은 투사를 비롯해 “꿈속에서 공부했지~”와 같은 유머를 사용한 성숙한 방어기제도 있다고 한다. 부모의 흔적 부모의 닮고 싶지 않은 행동을 그대로 하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없는가? 생물학적 카피본인 나의 원형일 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 독립할 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 내면 깊숙이 들어가면 부모에 종속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취직을 어려워하는 두 사람의 예를 들면서, 무서운 아버지 아래서 자란 한 사람은 자신을 나무라는 상사에게 큰 소리를 질러서, 불쌍한 아버지와 함께 성장한 다른 사람은 돕는다는 이유로 상사에 대한 도에 넘치는 간섭으로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에 종속된 자신의 모습을 파악하고 나만의 영역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내면의 다양한 '나' 내 안에는 다양한 내가 있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닌 인격(추방자), 엄격하고 무서운 인격(관리자), 우선은 어떤 방법으로든 불(화)을 끄려는 인격(소방관),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인격을 관찰할 수 있는 인격(관찰자). 송 박사는 관찰하는 인격이 가장 성숙한 인격이라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며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인격이라고 한다.
자신과 친해지기 내면의 이런 다양한 인격의 요구와 의견을 잘 조정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하는 속말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혼잣말은 내 내면의 소리다. ‘힘들어’ 할 때 ‘그래, 힘들구나’ 하며 다독이고 위로해 줄 수 있으려면 혼잣말이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 혼잣말을 잘 관찰할수록 내면의 다양한 인격들이 서로 반목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인격체로 조화롭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내 집안에 열 명 정도 되는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족을 다루듯이 찬찬히 내 인격들을 다루다 보면 성장한 나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강연을 마친 송 박사는 강연 후 시민들과 기념촬영과 간단한 상담을 한 후 강연장을 떠났다.
강연에 참석한 한 시민(여·50대)은 너무 짧은 강연시간과 강연 후 시민과의 질의시간 부재를 아쉬워했지만 이런 강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며 다음 강좌를 기대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성남시민의 정신건강증진에 힘쓰는 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1999년 개소한 후 2012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수정구의 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 중앙사무실 & 성남시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중원구와 분당구의 정신건강실과 스트레스관리실, 판교의 스트레스관리실,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살위기상담 라인(1577-0199)이 운영되고 있다. 시민들에게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남시민 마음건강관리 대강좌’는 올해 상·하반기에 각 한 번씩 계획됐다. 하반기 강좌에 관심 있는 시민은 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 웹사이트 소식란 교육 및 행사를 살펴보고 공지가 올라오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 031-754-3220(내선 100, 118)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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