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독자마당] 시립양로원을 다녀와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10/22 [14:11]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시립양로원을 다녀와서
양성자 분당구 구미동
 
한 달에 두 번, 시립양로원 봉사활동을 간다.
특별히 봉사활동이라고 거창하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고 그저 두 시간씩 양로원 청소에 주방일 조금 거들고 오는 것인데 처음의 의욕과는 달리 갈수록 조금씩 빠지기도 하고 시들 해지는 기분이다.
큰 아들 고교시절 학교에서 어머니 자원봉사단 모집에 스스로 찾아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십여 년을 다니다 보니 그때 그 마음과는 달리 지금은 점점 형식적으로 되어 가는 것 같아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 가득하다.
그래도 이 양로원은 천주교에서 관리하는 탓에 갈 때마다 원장수녀님의 따뜻한 영접과 좋은 말씀을 듣고 짧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외로워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그것도 잠시 가슴이 아리다.
가끔씩은 벤치에 앉아 계신 할머니들에게 간다고 인사를 하면 더 놀다 가라고 내 손을 잡아끌기도 하고 어떤 날은 건강하셨던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띄지 않아 “할아버지 외출 나가셨어요?” 생각없이 물었다가 돌아가신 걸 알고 당황한 적도 있었다. 그 후로는 누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냥 무심히 모른 척 지나가 버리게 됐다.
그나마 양로원에 모실 수 있는 분들은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다.
노령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내 주변에도 몇 분의 독거노인들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그분들은 양로원에 들어갈 형편도 안 되니 모른 척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별로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계속 도와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남의 가정사 알지 못하면서 자식들만 나쁘다 할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머지않아 나도 늙어지고 기력도 없어지면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아야 할텐데….’ 생각하며 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그날의 발걸음은 그다지 가볍지만은 않다.
양로원을 다녀온 날은 더 깊은 기도를 하게 된다. 소외된 가난한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더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독자마당 안내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5년 11월 6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03 1-729-2076~8 팩스 031-729-2090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