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은 유럽의 고악기를 전시한 박물관으로 2018년 문을 열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전시장이 있는 지하로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방문 전 미리 연락을 해야 한다(031-714-9767).
‘오르페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인류 최초의 오페라다. 신재현 관장은 “오페라 안에는 시, 율동, 음악, 춤, 악기가 다 들어있죠”라며 음악박물관 이름의 배경을 이야기했다.
신 관장은 헝가리 유학 중 여러 악기박물관을 돌아보며 우리나라에 악기박물관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우리나라로 돌아와 헝가리 유학 중 만난 친구들을 통해 악기 정보를 수집하고 구입하기 시작해 작은 박물관을 열었다.
박물관의 악기에는 오랜 세월만큼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당시의 시대상이 악기에서도 드러났다. 인쇄술이 발달했는지, 전쟁 중이었는지,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지, 철강 기술의 발달 등을 전시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신 관장의 해설을 들으며 악기가 만들어진 시대로 이동했다. 가장 흥미 있었던 악기는 포스트혼이다.
“알프스산 위에 있는 집으로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요. 한 집은 이쪽에, 또 한 집은 저쪽에, 또 다른 집은 반대편에 있어요. 그럼 어떻게 배달하겠어요? 걸어가면 하루 한 곳밖에 배달할 수 없죠. 그래서 우편배달부가 포스트혼을 불어요. 각 집마다 부르는 고유한 멜로디가 있어요. 그리고 가운데에서 만나 우편물을 전하는 거죠. 서로 만나 동네 소식도 나누고요. 그래서 우편배달부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했죠. 집집마다 알리는 음이 다르니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면 편하겠죠.”
1800년대에 많이 불렸지만 지금은 연주되고 있지 않은 악기도 있었다. 악기의 이름은 ‘플레젤렛’, 쉽게 볼 수 없는 악기다. 관이 두 개인 이중 관 튜바도 있다. 영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튜바다. 수자폰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6.25때 버려진 탄피로 만든 악기, 한국 사람이 만든 최초이자 마지막 악기라고 한다.
글자가 새겨진 기타가 눈에 띈다. “전쟁을 회상하면서 평화를 기원한다. 1914~1917” 1차 세계대전을 회상하며 평화를 기원한 마음이 담겨 있다. 북한과 휴전 중인 상태여서 더 관심을 가지고 구입했다고 한다. 통일 후 남북의 어린이들이 함께 음악수업을 듣고 음악이 동질성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흑인 노예가 만든 악기도 있다. 주인이 버린 담배갑을 이용해 만든 악기다. 악기를 연주하는 흑인 노예의 삶을 짐작하게 하는 악기다. 신 관장은 흑인 재즈음악의 시작이라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박물관은 고악기를 직접 볼 수 있어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첼로 엔드핀이 전시돼 있어 논문을 쓰기 전에 박물관을 찾은 이도 있다.
성남의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버스여행, 도시樂버스. 토요 정기 코스와 특별·단체 코스가 있다. 도시樂버스를 이용한 성남여행 일정은 매주 조금 다르게 구성돼 있다. 그 중 셋째 주 코스에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을 찾으면 악기에 있는 더 많은 이야기를 신 관장에게 들을 수 있다. 개별방문하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 성남시 분당구 미금일로 75(구미동) B/D 203호 미금역에서 33-1, 51번 한솔빌딩·구미도서관 하차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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