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공원 돌마각 근처 앵두나무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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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과 뜻이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한다. 단오는 일 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날이라고 해서 설, 한식, 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여겨왔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공조와 지방‘선지청’에서 부채를 만들어 진상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나눠 줬다.
모내기를 끝낸 시기에 맞는 단오에는 마을마다 수호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며 공동체 제의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강릉단오제다. 정월대보름 축제가 달의 축제였다면 단오 축제는 태양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단옷날을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수리’란 ‘신(神)’이라는 뜻과 ‘높다’는 뜻으로, 이것을 합치면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이란 뜻이 된다. 단옷날에는 쑥이나 수리취로 절편을 해먹는데 모든 일이 둥글둥글 잘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떡 모양을 둥글게 하고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문양을 냈다. 수리취는 산야에서 자라며 모양이 보통 취나물처럼 장원형이나 뒷면이 백색을 띠고 마른잎은 불이 잘 붙는다.
단오에는 창포를 넣어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다. 비누나 샴푸가 없던 시절, 우리 조상은 알칼리성의 잿물로 머리카락의 피지나 비듬을 씻어냈는데 창포 삶은 물에 든 탄닌(tannin) 성분이 잿물로 인해 머리카락의 손상된 부위를 메워 주는 영양분 역할을 했다. 창포 삶은 물은 조상들의 천연 트리트먼트였던 것이다. 또 단오에 여인들은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고 붉은색을 띠는 연지나 주사를 바르거나 수복(壽福) 글자를 새겨 머리에 꽂거나 패용했다. 이 창포비녀가 나쁜 일을 막아 주고 여름 동안 더위를 먹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준다고 믿었다.
우리 조상들은 태양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단옷날이면 쑥을 비롯해 익모초 같은 약초를 뜯어 말렸다. 단옷날 쑥을 뜯어도 오시(午時 11:00~13:00)에 뜯어야 약효가 제일 좋다고 여겼는데, 농가에서는 약쑥을 한 다발대문 옆에 세워 놓아 나쁜 기운을 물리치려 했고 쑥을 캐서 사람을 만들어 문 위에 달아 재앙을 물리치려는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풍년을 위해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아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비는데, 특히 단오 무렵에는 대추가 막 열리기 시작하므로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고도 한다. 그리고 단오에 도장을 만들어 두면 신수가 좋다고 해 모과나무나 대추나무를 재료로 도장을 만들었다.
단오 명절식으로는 수리취떡 외에도 앵두화채가 있다. 앵두는 여러 과실 중 가장 먼저 익고 조선 세종이 무척 좋아한 과일로도 유명하다.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 따르면 효자로 이름난 문종이 세자시절 앵두를 좋아하는 아버지 세종에게 드리려고 경복궁 울타리에 손수 앵두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앵두는 단오절이 한창 제철이어서 궁중에 진상하고 종묘와 사당에 올리고 떡과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앵두는 가장 먼저 익고 맛도 달콤해 조상에게 바치는 과일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올해의 단오는 6월 7일에 찾아온다. 이 계절의 과일인 앵두로 만든 화채를 마셔보고 일이 잘 풀리길 기원하며 둥글둥글 수레바퀴 문양 들어간 쑥떡을 맛보는 것도 좋다. 시대가 변해 창포로 머리 감고 비녀를 꼽진 못해도, 제법 높이 자란 창포를 볼 수 있는 탄천 주변과 율동공원을 산책하면 훌륭한 단오맞이가 될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