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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_특례시] 자치분권시대, 특례시 지정의 의미와 차등분권

“특례시 지정기준, 인구만이 아닌 종합적인 행정수요 반영이 합리적”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5/22 [17:3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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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를 특례시로” 성남 특례시 지정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발대식이 5월 16일 시청에서 열렸다.     © 비전성남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가장 큰 장점은 각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활용해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으로는 각 지역이 처한 상이한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렵지만, 지방자치를 통해 각 지역별로 고유하고 독특한 정책실험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속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지방자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지역이 처한 다양한 여건을 애써 무시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동일한 계층의 기초지방정부라고 하더라도 인구 규모로만 봐도 3만~120만이라는 현격한 편차가 있고, 도시와 농촌, 재정능력, 구성원의 자치역량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자치여건으로 인해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도 모든 지방정부에 동일한 수준의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자치역량,능력과 정책의지, 성과 등을 고려해 상이한 수준의 권한을 이양하는 차등적 분권을 실시하고 있다. 동일한 계층의 지방정부라고 하더라도 인구 규모나 재정력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행정서비스 수준에 큰 격차를 유발할 수 있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예산의 비효율적 운영 등 부정적인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에 대한 차등적 분권으로 대도시에 특례를 부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은 대도시 지역의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규모에 따라 광역지방정부인 도·도·부·현(都·道·府·縣)의 권한 일부를 이양 받아 자치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정령지정시와 중핵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령지정시는 기초지방정부인 시·정·촌(市·町·村)에 비해 사무권한 이양및 특례의 인정 범위가 상대적으로 광범위한데 비해, 중핵시는 제한적인 사무권한 및 특례를 부여받고 있다. 정령지정시 설치 요건은 인구기준으로는 50만 이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70만~100만 도시를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인구기준 이외에도 인구밀도나 산업별 취업자비율, 도시형태 및 기능, 대도시를 경영할 수 있는 행정·재정적 능력 등이 심사대상이다.
 
우리나라도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당시부터 대도시 특례 규정을 두어왔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인구 100만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수 있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광역시와 유사한 수준의 행정수요를가지고 있으나, 기초지방정부라는 한계로 독자적인 도시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주택, 환경 등 도시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더구나 현대사회는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대도시 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대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도시에 대한 사무·재정 특례를 확대해 대도시 주민 수요에 부합되는 맞춤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치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특례시의 지정기준이 단지 주민등록상 인구가 100만 이상이라는 기준은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 지정시의 경우 인구기준 이외에도 도시화의 정도, 재정역량, 대도시행정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지정시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 100만 이상인 수원, 고양, 용인, 창원 등 4개 지역 이외에도 도청소재지이면서 대도시행정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는 충북 청주시(84만)와 전북 전주시(65만)도 특례시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기 성남시의 경우 주민등록상 인구는 96만 명이지만, 종합적인 행정수요는 인구 140만 명에 육박하고 있어 단지 주민등록상 인구로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선진국이 지방정부에 특례를 부여하는 이유는 정치체제의 특성과 중앙-지방관계의 역사, 지역의 특수성 등 국가별로 상이하지만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성과, 의지 등에 근거해 중앙의 권한을 차등적으로 이양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가 처한 현실적 차이를 반영해 주민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서 지방정부 간 경쟁을 통해 새로운 정책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서이다. 특례의 목적이 주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현재 국회에 정부입법형태로 발의된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례시의 지정기준을 단지 인구만이 아니라 일본의 경우처럼 종합적인 행정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 비전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