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 3일, 판교박물관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성남시가 마련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3일부터 10차례 걸쳐 운영될 ‘옻칠장의 나전홀로그램’ 체험프로그램이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4호 배금용 나전칠기장의 전수자 배광우 씨가 회당 20명씩, 모두 200명의 초등학생과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에서는 손거울 뒷면에 준비된 나전문양을 배치해 직접 꾸며보며 나만의 나전칠기 손거울 만들기를 완성한다. 우리나라 고유어로 자개라고도 불리는 나전은 소라나(螺), 비녀(꾸미다) 전(鈿)으로 구성된 단어다. 조개나 전복껍데기는 자르고, 자른 표면을 곱게 갈면 3차원 입체영상기술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알록달록 영롱한 무늬와 색깔을 띤다.
나전칠기는 이렇게 조개나 전복껍데기를 갈아 만든 장식 위에 옻칠로 마무리하는 우리나라 전통공예 기법이다. 이번 나전칠기 체험행사명이 ‘옻칠장의 나전 홀로그램’으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자른 전복껍데기를 수작업으로 표면을 갈아 만들었지만 요즘은 전복껍데기를 기계에 넣어 얇은 자개를 예전보다 수월하게 만든다고 한다.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체험은 배광우 씨가 1,200송이 국화문양이 새겨진 고려시대 경전함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경전함은 불교경전을 담아두던 상자다. 나전칠기는 불교의 나라로 불린 고려시대에 최고로 발달했다고 한다.
현재 영국박물관에 보관된 고려 공예미술의 정수를 보여 주는 고려나전국당초문경(전)함 표면에는 깨알보다 작은 띠끌만한 자개조각 15만 개가 장식돼 있다. 조개껍데기를 보석으로 재탄생시킨 고려 장인의 나전칠기 공예품을 보고 송나라의 서긍은 고려여행기 ‘고려도경’에 ‘고려 나전은 세밀해서 희귀하다’고 썼다. 9개가 현존하는 경전함은 안타깝게도 7개가 일본에 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한 개만 어렵사리 일본에서 사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앉은 자리마다 책상에 하얀 손거울과 알록달록한 홀로그램 느낌의, 신비한 자개문양이 풀과 함께 준비됐다. 참가 어린이들은 손거울에 하나씩 조심스럽게 자개문양을 배치한 후 풀로 붙여 나만의 손거울을 완성했다.
한혜인(안말초) 어린이는 “나전칠기는 조개나 전복을 이용해 만든다고만 알고 왔는데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영상자료를 보니 우리 조상들의 나전칠기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참여소감을 말했다. 야탑초에 다니는 두 아이(노유민·유진)가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참여했다는 유민·유진 어머니는 “박물관 프로그램을 찾아 서울까지 나가기 힘든데, 성남시의 판교박물관에서 유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신 덕분에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해 좋은 프로그램 있을 때마다 참여하고 있어요. 성남의 좋은 복지 혜택 중 하나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8월 17일까지 진행되는 나전칠기 체험은 어린이들이 우리 조상들의 전통공예를 체험으로 배우고 그 훌륭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참여를 원하는 경우 판교박물관 홈페이지(www.pangyomuseum.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판교박물관에서는 수장형전시실 개관기념으로 백제 판교 석실분 출토유물전도 진행 중이니 나전칠기 체험 후 꼼꼼히 관람해도 좋을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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