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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무한동력! 상상력? 만화로 풀어낸 한국신화

성남행복아카데미 13강 ‘만화로 풀어낸 한국신화’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9/20 [08:5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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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오전 10시, 성남시청 온누리실에서 성남행복아카데미 제13강 주호민 만화가의 “만화로 풀어낸 한국신화”가 열렸다. 
 
▲ 행복아카데미 배너     © 비전성남

    

주호민 만화가는 ㈜누룩미디어 이사로,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부문 대통령상(2011) 수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MBC <침착한 주말>, <무한도전 - 릴레이 웹툰> 등의 방송에 출연했고, <신과 함께>, <검협전기>, <제비원 이야기>, <무한동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강의장인 온누리실에는 주호민 만화가의 강의를 듣기 위해 일찍부터 많은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 강의의 시작. 인사하는 주호민 만화가     © 비전성남

 

“저도 구미동에 사는 성남시민입니다. 아침 일찍이라 몇 분 안 계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 주호민 만화가의 강의를 듣기 위해 일찍부터 모여 있던 많은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 강의를 들으러 운집한 청중들     © 비전성남

    

군대 전역 후 우연한 기회에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만화(작품 <짬>)로 올려보자 싶어 그리기 시작했다는 주호민 만화가. 이후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양형순 작가의 너무나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격려에 만화를 계속 그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한다. 

    
▲ 데뷔작 짬     © 비전성남
▲ 만화 짬 완성 후 아쉬움이 남아 1~9화를 다시 그렸다. 오른쪽 다시 그린 그림은 폰트나 디테일이 좀더 꼼꼼해졌다.     © 비전성남
▲ 그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무한동력     © 비전성남

 

그의 작품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신과 함께>를 꼽을 수 있다. 제주도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2010~2012년 네이버에 연재했다. 불교와 도교가 혼합된 형태에 지장보살을 모티브로, 현대화된 저승에서 국선변호사가 활약하는 모습으로 구상했다. 신화 속 염라대왕과 차사 등이 등장한다. 변호사를 양성해 망자를 돕겠다는 지장보살, 이에 반해 검사를 양성하겠다는 염라대왕의 포부, 한국의 전통지옥도, 한국 저승관에서 빠질 수 없는 3차사 등을 떠올렸다고.

    
▲ 대표작 신과 함께     © 비전성남
▲ 뮤지컬 신과 함께     © 비전성남
▲ 영화 신과 함께     © 비전성남
▲ 신과 함께 한국판과 일본판. 일본판은 내복을 유니클로라고 하는 등 정서적으로 다르다.     © 비전성남

 

또 신화 4,5개를 하나로 기워낸 작업이기도 했다고 소개한다. 자청비(농경신)에 관한 신화 세공본풀이에 나오는 서천꽃밭도 등장한다. 이중 뼈를 살린다는 뼈사리꽃은 마트에서 본 닭의 어깨뼈에서 힌트를 얻어 표현하는 등 창작정신을 발휘했다. 한국의 민속신인 가택신도 등장한다. 철거민을 돕는 가택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현신해 도와주는데, 집의 식구를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차사가 오면 혼신의 힘을 다해 저항한다고 한다. 결국엔 패배가 정해진 싸움인 걸 알면서도 저항한다는 것이 처절하고 가슴이 찡했다고.

    

한국의 전통지옥도는 10개의 지옥도가 있는데, 7개 지옥만 묘사되고 3곳이 빠졌다. 나머지 3개의 지옥은 결혼하지 않은 죄 등을 묻는 지옥으로, 지금의 인권감수성과는 너무나 달라 담을 수 없었다고 전한다. 전통콘텐츠를 만들 때에는 이렇게 옛사람들의 세계관과 지금의 시각이 다른 점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옥을 상상한 한국의 옛 지옥도     © 비전성남
▲ 파주 보광사 명부전 지옥도     © 비전성남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도 게임이나 영화 등으로 나오는 것처럼 재미있게 즐기지 않으면 잊히니, 우리의 신화가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재미있는 뭔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추천하는 신화 관련 도서     © 비전성남

    

초창기에는 만화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라 생각해 군대 만화를 그리면서도 어두운 부분은 다루지 않았는데, 점차 만화를 알아가면서 인생에 존재하는 희노애락이 모두 재미라는 것, 슬픔과 노여움 등도 삶의 재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이러한 점이 아쉬워 <신과 함께>에서는 실제 있었던 일을 차용해 원귀를 의문사한 군인으로 설정해 캐릭터를 조형했다고 한다.

    

만화를 그리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몰입감이 너무 좋다는 주호민 만화가.

“내가 16장 그리는 것이 가능해?”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연습장 앞에 앉으면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사라지고, 눈앞에 연습장만 보인다고 한다. 콘티를 짜고, 그림 그리고 몰입하는 즐거움에 빠지면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고, 성취감에 중독된다는 그다. 

 
▲ 늘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는 일본 만화가의 어록     © 비전성남
▲ 주호민 만화가가 좋아하는 고흐의 말     © 비전성남

 

질문·답변 시간, 만화 방면의 진로에 대한 물음이 많았다. 그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주호민 만화가     © 비전성남

 

전형적으로 예쁜 그림이 아니라, 그린 사람의 의도와 정서가 담긴 것이 좋은 그림이다, 밥과 꿈이 대칭적인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자, 자료가 필요할 때는 그림이 풍부한 어린이용 서적으로 시작해 설명이 자세한 책으로 접근한다는 본인의 노하우 소개, 습작은 없다. 일단 완결시키는 훈련 후 연재해봐야 된다 등 깊이 있는 답변이 이어졌다.

 
▲ 사인 중인 주호민작가와 기다리는 시민들     © 비전성남

 

요즘 중국의 SF작가 류치신의 책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있다는 주호민 만화가. 그는 과학 신봉자라 과학 서적을 많이 읽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글을 읽는 것이 마냥 좋다는 작가, 질문 하나하나에 깊이 생각해 주고 공감하는 인생의 선배, 진정한 프로였다. 그의 다음 신작이 기다려진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