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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essay] 『배를 엮다』를 읽고

김은선 | 중원구 여수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9/24 [16:0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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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를 읽고
김은선 | 중원구 여수동
 
정년퇴임을 앞둔 선배편집자 아라키는 영업부의 마지메가 사전 『대도해』를 만들기 위한 적임자임을 한눈에 간파한다.

조금 쓸쓸하지만 조용히 지속되는 에너지를 감춘 놀이기구여서 대관람차를 좋아하는 마지메. 일본어로 ‘성실’이라는 뜻의 그의 이름은 함께 꾸준히 사전을 만들어갈 것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지메의 능력이 탁월했지만 그의 능력을, 그의 열정을 꽃피울 수 있게 한 사전편집부의 팀워크 또한 단단했다.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출간된 『대도해』 편집자 아라키와 사사키, 기시베 등 하나의 목표를 함께해온 팀원들 모두에게 나름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사전출간을 앞두고 마쓰모토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자책하는 마지메를 위해 남긴 마쓰모토 선생의 편지는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마지메보다 니시오카에게 더 마음이 갔다. 스스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초조해 하고 열등감을 갖기도 하는 니시오카.안쓰러움과 동질감을 느끼며 그가 좀 더 당당하게 사전편집부에 남아 대도해의 마무리를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도 컸다.

하지만 사전편집부를 떠나며 아쉬운 인사를 할 때 마지메의 진심어린 바람을 듣고, 위로받고 툴툴 털줄 아는 니시오카의 모습 또한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해 출판 이후 기쁨을 감추지 않던 그의 모습에 함께 웃음을 지었다.

한 권의 책을 위해서 15년 가까운 세월을 매진해 온 사람들. 순수하고 꾸준한 열정이 무엇이었는지 아득하지만, 이러한 열정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워 주기 때문인 것 같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9년 10월 7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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