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태평동 886번지. 6개 골목이 만나는 일명 육거리 모퉁이에는 ‘사진관 오늘’이라는 글간판이 걸려 있다. 오래된 문방구가 떠나고 비어 있던 이 가게를, 예술그룹 프로젝트파니는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골목의 추억을 담아내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프로젝트파니는 성남에서 태어난 사진가 표하연 작가를 필두로 문화기획, 예술교육, 영상, 사진, 문학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모인 예술그룹이다. 2015년 경기도 성남에서 결성돼 주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 기록되지 않은 역사와 현재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파니는 태평동 골목의 오랫동안 축적된 문화와 그 가치를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발견하는 것에 집중한다. 육거리라는 특이성으로 건축 평면도가 마치 사다리꼴 같은 ‘사진관 오늘’은 지역 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촬영장소가 되기도 하고, 옛 사진을 보며 기억보따리를 푸는 사랑방이자 골목아이들의 놀이터다. 채집한 이야기는 구술 아카이브로 기록하다 책이 되고, 아이들의 그림과 일대를 기록한 작가의 사진들은 어느새 공간을 채우며 조그만 갤러리가 됐다. 요즘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1~6시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플랫폼 사업 후원으로 ‘춤추는 이야기의 도시 : 골목생활 문화잔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동네 어르신들의 추억과 골목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내고, 청년들에게 1회용 카메라를 지급해 자신이 사는 터전을 각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프로그램과 성남미디어센터의 지원을 받아 단편영화 ‘오늘을 담은 사진관’도 제작 중이다. 책과 영화가 마무리되는 10월 3일은 주민 공유의 시간으로 한바탕 동네잔치도 열린다. 힘들고 어려운 지역예술활동을 기획하고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표하연 작가는 “성남의 골목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입니다. 삶의 근원이 이 골목 이야기 속에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동네 어르신들의 ‘가장 좋았던 시간’을 동네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30여년 이 골목에 사신 어르신 한 분이,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주던 몇 해전 그때가 ‘가장 좋았던 시간’이라며, 즉석에서 구연동화와 마술을 보여주셨습니다. 아이들과 어르신 그리고 파니에게 뜻깊은 시간을 선물해 주셨죠. 지역에서 예술작업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에, 과정이 곧 우리의 작품입니다.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기도 하구요”라는 소회를 밝혔다. 취 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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