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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서 날아오른 벌새, 세계를 흔들다

전 세계 영화제 25관왕을 달성한 <벌새> 김보라 감독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9/24 [17:1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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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키예프 몰로디스트 영화제 기자회견장의 김보라 감독   © 비전성남

성남문화재단이 제작 지원한 독립영화 <벌새>. 성수대교가 붕괴된 1994년, 보편적인 평범한 소녀 14살 은희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1초에 평균 80번 이상 날갯짓하며 나아가는 벌새처럼, 삶과 죽음을 바라보고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가기까지, 소녀 은희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날갯짓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었을, 은희의 이야기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제너레이션 14+부문)를 비롯해 해외 영화제에서 25관왕을 달성한 김보라 감독을 만났다.
 
Q 해외영화제에서 25관왕을 달성하셨는데요,가장 기뻤던 순간은?
“이스탄불 영화제에서 린 램지 감독에게 국제 경쟁 대상을 받았을 때와,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컬럼비아대 교수님들이 모두 오셨을 때 기뻤습니다. 린 램지 감독님의 팬으로서 직접 상을 받고 이야기 나눴을 때 참 좋았었고요. 트라이베카에서 저를 가르쳐 주셨던 은사님들이 모두 찾아와 응원해 주셨을 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대학원(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 졸업)에 가서 벌새를 상영하고 재학생들과 대화를 했는데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 그런 시간들을 나눴을 때 참 기뻤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기뻤던 순간은 한국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건, 어떤 다른 차원의 연결감과 감동이었습니다.”
 
Q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나쁜 일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 한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한문선생님 영지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이나 관객과의 만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모든 장면을 공을 들여 찍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수한 장면들이 모여, 엔딩에서 어떤 치유나 해소를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관객들에게 정성 어린 편지들을 받을 때, 기뻤습니다. 관객 분들이 자신의 상처를 영화를 통해 마주하고 위로받는 기분이라고 하셨을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서 편지를 주신 많은 관객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벌새>는 성남문화재단의 독립영화제작지원작인데,독립영화제작지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벌새도 덕분에 잘 완성했습니다. 다만, 지원금이 좀 더 높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여러 군데의 지원을 받으려는 노력과 과정 없이도 영화를 완성하는 데 무리가 없는 액수의 지원금으로 된다면 가장 좋을 듯합니다.”
 
Q 내 인생의 책 또는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준 인물이나작품은?
“인생 영화는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이고요. 저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인물은 제 주변의 여성들입니다. 언제나 여성들과의 연대와 대화 속에서 큰 힘과 영감을 받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지요?
“삶의 많은 것들을 제대로 바라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랑을 하면, 대상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잖아요. 그 대상의 아주 구체적인, 즉 남들이 잘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의미가 생기게 되는 것처럼요. 삶의 무수한 현상들을,사람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