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는 다가올 겨울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아직 한낮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여름 햇살이 남아있는 계절, 가을이다.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기온 특성으로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으로 멀리 떠나기 힘들지만 타국의 풍경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클래식 음악과 함꼐 떠나는 가을 여행을 준비했다.
유럽 방향, 지구 반 바퀴 4분의 3 지점, 우리나라보다 약간 북쪽에 위치한 이탈리아. 안토니오 비발디는 이탈리아 출신 바로크 시대 음악가다.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비발디는 200여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는데, 그중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작품인 <사계>의 세 번째 작품 ‘가을’을 오늘 소개하려고 한다.
<사계>는 제목 그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을 담은 네 개의 작품이다. 원래 이 네 작품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모아놓은 작품집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Il cimento dell’armonica e dell’inventione>에 들어있는 작품 중 일부다.
<사계>는 ‘음에 의한 풍경화’로 불릴 정도로 네 계절의 특징적 풍경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지저귀는 새소리, 산들바람과 함께 양치기의 피리소리가 흐르는 전원을 담은 ‘봄.’ 뜨거운 햇살 속 활기를 잃은 생명들과 격렬한 여름 폭풍을 담은 ‘여름.’ 수확의 축제 분위기가 담긴 ‘가을.’ 그리고 혹독한 추위와 휘몰아치는 바람, 얼음 위 풍경을 묘사한 ‘겨울.’ 수확의 풍성함, 축제, 그리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흥겨움을 담은 ‘가을’은 비발디가 직접 지었다고 추정되는 소네트를 통해 그 풍경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수확 축제 현장에는 노래와 춤, 술이 넘쳐나고(1악장), 한바탕의 흥겨움이 끝나고 모두 잠든 시간의 온화한 공기(2악장)는 다음 날 새벽 사냥을 나선 사람들의 나팔과 총소리로 요란하다(3악장).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쫓기던 상처 입은 짐승은 결국 도망칠 힘을 잃고 죽고 만다(3악장).
대중의 인기가 높은 만큼 수많은 연주자들의 음반과 영상을 찾을 수 있는데 그중 비발디 <사계>의 유명세를 몰고 온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와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의 음반을 들어보길 권한다.
이미 이 작품과 친숙한 분들이라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 연주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다양한 템포, 색다른 악기 편성, 첨가된 꾸밈음, 그리고 비발디 음악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비유럽권 나라의 전통 선율이 가미된 연주까지, 꽤 다양한 해석을 찾을 수 있다. 음악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연주들이기도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수세기 동안 살아남은 명곡의 생명력과 포용력을 느끼게 하는 연주이기도 할 것이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음악칼럼.비발디’를 입력하면 비발디 <사계>의 세 번째 작품 ‘가을’ 연주 영상과 <사계> 전곡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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