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습니다] 『풀』 일본 출간 앞둔 김금숙 작가
독립운동가 웹툰에서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연재 중
김금숙 작가가 위안부 피해 이옥선 할머니의 삶을 그린 장편만화 『풀』이 내년 1월 일본에서 출간된다.
일본 일반 시민들이 출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1차에 이어 2차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2차는 일본 젊은이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책 가격을 낮추는 데 사용한다.
김 작가는 성남시 독립운동가 웹툰에서 「시베리아의 딸, 김 알렉산드라」를 연재 중이다. 강화에서 작품집필에 몰두 중인 김금숙 작가를 전화로 만났다.
먼저 『풀』 일본 출간에 대해 “일본 출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반 시민들이 출간에 뜻을 모았다는 것,펀딩이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놀랍다. 이책이 두 나라만의 문제를 넘어 인권을 말하고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하고 현재 한일관계에서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출간에 힘쓰고 번역도 맡은 스미에 스즈키 씨가 직접 이옥선 할머니를 찾아뵙고 소식을 전했다. 할머니가 많이 좋아하셨다고 한다.
김 작가는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소재로 단편 만화를 그렸는데, 그분들의 삶에 누가 되는 것 같아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싶어 『풀』을 시작했다.
3년 작업 끝에 2017년 8월 14일 일본군 피해자 위안부 기림의 날에 출간했다. 이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7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해외 출간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에는 프랑스 진보 성향 일간지 ‘휴머니티’가 주최한 ‘제1회 휴머니티 만화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 『풀』 일본 출간 기사를 실은 일본 신문. 김금숙 작가 제공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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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어떤 작품인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는 가난한 서민의 딸로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나 제국주의에 희생이 됐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인생도 바뀌었다.
우리는 이 그래픽 노블을 통해 전쟁 국가 범죄의 측면뿐 아니라 젠더와 계급 문제, 사회적 차별과 소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인간은 트라우마를 안고 어떻게 다시 삶을 계속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인권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풀』에서 잔혹하고 폭력적인 상황은 손이나 발, 나무나 바람과 같은 다른 이미지로 표현됐다. 김금숙 작가는 일상이나 여러 매체에서 폭력이 쉽게 드러나는 현실에서 그러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그리면 독자들이 그 비인간성이나 심각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피해자들에게 이중삼중의 피해와 고통을 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 작가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서 멈췄을 때, 『풀』을 완성하기 전에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풀』은 김 작가에게, 작가로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자 숙명, 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산과 작품이었다.
‘시베리아의 딸, 김 알렉산드라’에 대해서는 “그 당시 남성위주 사회에서, 이국땅에서 3개 국어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연대를 위해 일한다. 노동자의 딸이자 노동자였다. 국적·민족·인종·남녀를 넘어국제주의자 같은 인물로 매력적이다. 또 엄마로서,혁명가로서 갈등과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원폭피해자, 제주4·3, 발달장애인을 작품으로 그렸다. 역사에서 사회에서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에게 마음이 간다고 한다. 붓과 먹으로 작품을 그리는 그의 손에는 일곱 살에 떠나왔지만 잊히지 않는 고향의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담겼고, 소리꾼 아버지의 소리가 담겨 있다.
김금숙 작가는 고 박완서 작가의 『나목』을 만화로 집필 중이다. “작품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한, 인간을 사랑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와 그의 작품들을 힘껏 응원한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