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3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걷다보니 페인트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람들의 붓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새가 날고 행복한 문구가 쓰이고 있었다. 야탑3동 나르샤가온길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나르샤 가온길’은 ‘우리 동네 중심길(가온길)로 이 길을 오가는 사람마다 좋은 기운을 받아 하늘로 날아갈 듯 하는 일마다 잘되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야탑3동 매화로48번 길에서 중탑어린이공원을 지나 벌말로40번길 상희공원 앞까지 이르는 이 길은 야탑역에서 연결되는 상가들이 늘어서 있고 주택가와 아파트로도 연결되는 마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마을의 산책로이자 출퇴근 중심인 나르샤가온길. 그런데 언제부턴가 길 중간 중간에 있는 배전함에 광고 전단지와 스티커가 지저분하게 붙여지고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르샤가온길 마을사업단은 봄부터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배전함을 깨끗이 청소하고 그림을 그려 넣기로 했다.
마을 학교와 경로당 등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10월 28일에는 배전함에 붙은 광고지를 떼어내고 닦아내는 청소를 했다. 29일에는 자원봉사자들과 미술협회의 도움으로 배전함에 밑그림을 그렸고 30일부터 그림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이틀째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야탑3동 최영숙 동장은 “마을 자원봉사자들과 마을공동체가 주축이 돼 이뤄낸 의미 있는 일이다. 쓰레기 문제로 주민들의 고민거리였던 낡고 퇴색된 배전함이 예쁜 벽화로 바뀌면 그림이 함께하는 문화의 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야탑3동 최창권 주민자치위원장은 “이 일에 주민들의 관심이 많았다. 참여한 주민들이 길을 걸을 때마다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보람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다음에는 가로등과 벤치도 예쁘게 꾸며 분당 최고의 산책길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덧붙였다.
중학생들은 학교일과가 끝난 후에 채색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도화지에 그림 그리는 것보다 더 신중하지만 즐겁게 색칠에 참여했다. 엄마가 봉사를 신청해 참여했다는 박서영(하탑중 1학년) 양은 “엄마가 신청하긴 했지만 물감으로 색칠하는 걸 좋아한다. 그림을 채워가는 것이 뿌듯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길을 지나던 어린이도 엄마와 함께 색칠에 참여해 본다.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내가 그린 그림을 자랑할 추억거리가 생겼다.
상가 주변 길에서 하는 배전함 채색작업을 달가워하지 않던 한 편의점 사장님은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더니 돕고 싶다며 직접 붓을 들기도 했다.
중심부를 따라 커다란 화분에 아름다운 꽃들이 있다. ‘테마가 있는 걷고 싶은 우리 동네 도시숲(꽃)길 조성사업’에도 선정돼 만들어진 꽃길이다.
곱게 물든 단풍으로 가을을 알려 주는 길가의 나무들에는 정지용의 ‘고향’, 윤동주의 ‘서시’ 등 길을 걷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를 적은 나무판을 붙여 놓았다.
배전함에 벽화그리기는 31일까지 마무리 채색과 정리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11월에는 이 길에서 프리마켓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가을 문화와 감성, 즐거움을 충전하고 싶다면 야탑3동 나르샤가온길로 산책해보길 권한다. 취재 나안근 기자 95nak@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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