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진정한 봉사자, 닭·오리 전문점 ‘명품 파주식당’ 이재숙 씨

홀몸어르신 삼계탕 대접 10년째… “주는 즐거움, 실천해 보면 알아요”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1/13 [14:10]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맛있게 삼계탕을 드시는 어르신들     © 비전성남

    

“누가 하라고 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것뿐인데 취재를 한다니 정말 부끄럽네요. 이왕 오셨으니 그냥 삼계탕이나 한 그릇 드시고 가셔.”

    

식당이 한가한 시간 오후 3시인데, 주인장 이 씨는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바쁘게 주방을 드나들고 있다. 동네 홀몸어르신들을 초대해 삼계탕을 대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 100여 명 어르신을 모셔 잔치를 벌이는 것이 꿈인 이재숙 씨     © 비전성남
▲ 홀몸어르신을 위한 행복한 울타리, 명품파주식당     © 비전성남

 

수정구 시범길상권에 위치한 닭·오리 전문점 ‘명품 파주식당’ 주인 이재숙(65) 씨는 매달 첫째 주 중 지역의 홀몸어르신 12분을 초대해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벌써 10년째다.

“오래 했다고요? 아니요, 앞으로도 할 수만 있으면 한 20년쯤 더 하고 싶어요. 호호호~”

    

나눌 수 있는 것이 음식밖에 없으니

    

그냥 한 끼 식사로 이웃과 함께하는 거라는 이 씨는 어려서부터 두 개 있으면 하나는 나누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마음 씀씀이가 남달랐다.

    

결혼 후 새마을부녀회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서울에서 삼계탕가게를 하던 중 조류독감 탓에 가게를 정리하고 혼수품 가게도 했다는 이 씨.

 
▲ 나눌 수 있는 것이 음식밖에 없어요     © 비전성남

 

구 성남시청 앞에 자리 잡은 후 10년을 한결같이 지역의 홀몸어르신들에게 매달 삼계탕 대접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어느 핸가 복날 어르신들께 삼계탕을 대접했는데, 당신은 닭고기를 못 먹는데 다른 메뉴는 없냐고 하셨던 분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저희 가게가 좁아요. 또 한 분은 좁은데다 덥다시며 어찌나 짜증을 내시던지... 호호호” 그때는 상처를 받았다면서도 그는 즐거웠던 일인 것처럼 웃었다.

    

소소한 안부 묻고 삼계탕 싸드려

    

음식준비를 하던 이 씨가 갑자기 지나가던 어르신 한 분을 불러 세워 할머니의 안부를 묻더니 삼계탕을 포장해 드린다. 소소한 일상의 얘기로 안부를 묻는 모습이 처음은 아닌 듯.

 
▲ "할머닌 좀 어떠세요?" 안부 묻고 삼계탕 싸드리는 이재숙 씨     © 비전성남

 

삼계탕을 받아 든 김 모(78) 어르신은 부인이 혈액암을 앓고 있어서 늘 이렇게 신세를 지고 있다면서 “고맙고 미안하다. 복 받을 것”이라며 이 씨의 손을 꼭 잡았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면서 생활관리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어르신들이 도착했다. 이날 초대된 어르신들은 성남시독거노인종합센터가 추천한 대평2·3·4동의 홀몸어르신 12분이다.

이 씨는 “건강하신 모습으로 이달에도 뵈니 반갑네요”라며 환하게 웃으며 어르신들을 맞는다.

    

홀몸어르신들에게는 삼계탕이 보약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하신 이영수(79) 어르신은 “평소에는 김치나 깻잎으로 식사를 하지요. 국이나 찌개를 끓인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요, 삼계탕은 정말 별미지요. 몸보신 시켜 주니 정말 고마운 일을 하는 거지요”라며 세 번째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어르신들께는 삼계탕이 보약     © 비전성남
▲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 비전성남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맛있게 삼계탕 그릇을 비운 어르신들은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 주인 이 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이 씨는 “다음 달에는 삼계탕 드시러 오시면 목도리를 선물할 건데 긴 것이 좋을까요? 짧은 것이 편하실까요? 색은 어떤 색이 좋으시겠어요?” 어르신들의 의견을 묻고는 “담달에도 목도리 받으시러 꼭 오세요” 하며 배웅한다.

 
▲ "담달에도 꼭 오세요. 목도리 선물 준비할게요."     © 비전성남

    

“100여 분 어르신들 모셔 잔치를 벌이는 것이 꿈”

    

“저는 퍼주는 것이 배냇병인가 봐요. 그냥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주위에서는 나이도 있고 힘든데 이제 그만 하라고도 하는데, 그건 주는 즐거움을 몰라서 하는 얘기지요.”

    

부자들이 나누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없어서라는 그는 식당을 하는 날까지는 계속 어르신들을 모셔 대접할 것이라며 “가게 앞 도로에 100여 분 어르신들을 모셔서 잔치를 벌여 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 추운날 삼계탕 한 그릇의 행복     © 비전성남

 

진정한 봉사자 이재숙 씨의 일상이 돼 버린 ‘홀몸어르신 삼계탕 대접 봉사’.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현장이었다.

    

    

취재 정경숙 기자 chung09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