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섬기는 상인들의 마음씨에 감동 받았을까, 아니면 마을 잔치를 위한 하늘의 도움이었을까. 새벽까지 내리던 비바람은 멈췄고 황사에 미세 먼지까지 자취를 감춘 창창하니 맑은 날 도촌동 마을 큰 잔치가 열렸다.
도촌상인회(도촌·갈현·여수)가 지역 어르신 500인 초청, ‘35,000년 세월을 초대합니다’란 이름으로 잔치를 열던 날 11월 18일 오전 11시. 중원구 갈현동(도촌동에서 법정동으로 관할)에 위치한 음식점(여울목) 내·외부는 마을 어르신들로 꽉 들어찼다. 35,000년 세월엔 어르신 평균 나이 70세 × 500인이란 뜻이 담겨 있다.
초대된 어르신들이 행여나 불편하실까. 여수동·도촌동에서 방문하는 발걸음엔 택시와 복지관 차량, 대형버스까지 동원해 어르신들을 편안하게 모셨다. 또한 통장협의회(회장 이옥희)는 부족한 상인회원의 몫을 대신해 팔을 걷고 나서 일손을 도왔다.
한편에선 식사 준비에 한창이고 다른 한편에선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끔 품바, 민요 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제법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곳 춥다는 말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맛있으세요?” “응 맛있어, 떡도 맛있고 고기도, 따끈하니 국물도 맛있어.” 도촌동에서 오셨다는 어르신은 따끈한 국물에 후루룩 밥 한 그릇을 맛있게 잘도 드신다. “음식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맛있게 많이 드시고, 선물도 마련했으니 가시는 길에 꼭 챙겨 가세요.” 어르신들을 챙기는 상인들의 마음씨가 곱다.
도촌 상인회는 도촌동에서 관할하는 법정동인 갈현동·여수동 지역에 분포돼 있는 상가 상인들로 구성해 지난 5월 상인회를 발족했다. 아직은 신생 조직으로 전체 상권 250여 곳 중 30여 곳 상가 상인들이 상인회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도촌 상인회 이문성(갈현동 여울목) 회장은 “이 지역에서 장사하는 상인이라기보다는 어르신을 위하고, 섬기는 모임으로 상인회를 이끌 계획”이라는 포부와 함께 “이번 계기를 통해 어르신들은 마땅히 존중과 섬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지하며 이러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어르신 500인 초청 대잔치는 도촌 상인회 발족 후 ‘경기도 골목상권 경제공동체 조직화 지원사업’에 본 사업을 지원했고 선정이 이뤄져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큰 잔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문성 상인회장의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사람 닮은 뿌리식물 인삼도 6년근이라며 대접받는데 사람 나이 70, 80세에 존중과 섬김을 받는다는 건 당연하다”는. 취재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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