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는 2019성남큐브미술관 인턴기획전 ‘말그림자 More than Words’가 진행 중이다. 큐레이터를 꿈꾸는 학예인턴을 공모로 모집하고 다양한 전시 경험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인턴쉽 프로그램의 두 번째 현장실습 보고전이다.
인턴기획전은 전시개념 도출부터 개막에 이르기까지 전시 전 과정을 인턴 스스로 발로 뛰며 준비하고 일반에 소개하는 일종의 미래 큐레이터의 열정 넘치는 데뷔전으로 볼 수 있다. 전시명 ‘말그림자 More than Words’는 독한 말로 서로를 아프게 하는 언어폭력과 혐오발화가 횡행하는 현대사회에서 말의 이면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음운론적 형태가 유사한 ‘달그림자’를 차용한 합성어 ‘말그림자’는 수면에 비친 달그림자가 뚜렷한 형태로 결합하지 않으면서 일렁이는 모습에 착안해 ‘우리가 믿을 수밖에 없는 탁월한 논리를 지닌 말에도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 이성으로 명백하게 설명할 수 없는 차원이 존재한다’는 관념을 언어적으로 시각화하려는 시도다.
갤러리 왼쪽부터 김남훈 작가의 대화의 간극을 나타낸 ‘틈의 살’이라는 3D프린팅과 깜빡거리는 전구로 모스부호를 신호화한 설치작품이 보인다.
가운데에는 양유연 작가의 신비하고 따뜻한 동양화 ‘기도하는 사람’과 ‘세 개의 손’, ‘애드벌룬’이라는 작품이 걸렸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적발화인 기도와 공통된 이념을 관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사회적 발화인 집회를 담았다.
안유리 작가의 ‘항해하는 말들: 시인과의 대화 허수경’은 독일에 거주하며 고고학을 연구하다 2108년 타계한 허수경 시인과의 서신교환을 토대로 만든 영상작품이다.
2층으로 오르자 전지인 작가가 만든 은경 아크릴 액자 속에 속담과 문장이 새겨진 ‘Folder: 직박구리’가 걸려있다. 관람자는 거울로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과 함께 새겨진 문장 속의 ‘너’가 된다.
이해민선 작가의 ‘Cast_나와 말한 적 없는’은 흐릿하고 불분명한 표정을 담은 초상화 드로잉 같다. 나무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질러 나무-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낸 프로타주(대상물 위에 종이를 놓고 연필, 크레용 등으로 문질러 모양을 내는 기법) 작품이다.
마지막에는 유승호 작가의 작품들이 즐비한데 멀리서 보면 수묵산수화 같지만 가까이 보면 ‘야~호’, ‘슈-’, ‘가나다라’, ‘끼럭끼럭’같이 깨알처럼 작은 글자들로 연결된 신기한 그림이다. 연결고리 없는 문자나 기호들이 가볍게 흐르고 부유하면서 우리가 위계 짓는 언어와 문자의 경계를 해체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임나영 학예인턴 큐레이터는 “인턴십 프로그램은 동시대 미술사조 화풍 등 이론적 공부뿐 아니라 작가들 리서치와 작업실 현장방문 등 전시를 위한 모든 것을 직접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노력해서 좋은 기획으로 보답하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전시는 12월 22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단 월요일은 휴관).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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