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구에 위치한 백현마을 4단지에 들어서면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는 얼굴로 뛰어놀고 있는 광장을 지나 작은 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하늘(마루)과 바다(아라)의 순우리말을 따서 이름 지은 ‘마루아라’ 작은도서관이다.
2013년 말에 입주한 백현마을 4단지는 단지의 특성상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많다. 입주 초기부터 아이 엄마들이 주축이 돼 도서관 만들기를 논의했고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서류를 준비하며 발로 뛴 노력 끝에 2014년 8월 마루아라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도서관이 개관한다는 기쁜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와 선뜻 책을 기부하는 주민들이 많았고 산타의 선물처럼 밤사이 몰래 놓고 가는 주민들도 많았다. 개관 초기 도서관의 책장은 거의 모두 주민들이 기부한 책들로 채워졌다. 어린아이와 함께 나온 엄마들이 봉사하며 도서관이 운영됐고 아이들은 책 속에서 자랐다.
마을의 많은 아이들이 만나 소통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미술과 음악, 한자, 영어, 섬유미술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세대 간 통합을 위해 설날 즈음엔 떡국 잔치를 열고, 마을 주민들을 위한 클래식 앙상블 초대 공연도 했다.
엄마들의 봉사와 노력은 이어져 왔지만 도서관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도서관 개관 5주년을 맞은 올해 6월 9명의 엄마가 주축이 돼 마루아라 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를 결성했다. 운영위가 결성된 후 곧바로 렛츠런재단의 지역사회문화지원 공모사업 ‘도서관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금’을 유치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매트를 깔고 이용했던 도서관에 원목마루바닥을 시공했다.
경민대 후원 작은도서관 컨설팅 사업 대상에도 선정돼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더 나은 도서관 운영을 위한 컨설팅도 여러 차례 받았다. 성인들의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와 화합을 위해 손그림 드로잉과 마루다방 독서 한 잔, 말랑말랑 그림책 등의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아이가 커가는 모습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엄마들로 구성된 운영위는 매월 셋째 주 월요일마다 월례회의를 갖고 도서관의 모든 것을 항상 논의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또는 직장맘이라 월차를 내고 회의에 참석해야 하지만 모두 불평 하나 없다.
서로 이웃이자 같은 학교 학부모들 사이로 돈독한 운영위원들은 월례회의가 아니어도 수시로 모여 도서관을 위한 회의를 한다. 마루아라 작은도서관 변소연 관장은 “우리 마을은 어린아이들이 많다. 모든 아이와 부모님이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도서관이 마을의 여러 자생 단체들과도 화합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위원회는 마사회의 환경개선금 지원 공모사업, 성남시 학습마을공동체사업 등 도서관을 위한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며 마을공동체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는 입체카드 만들기, 사진으로 벽트리 장식하기 등 마을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난 행사를 열 계획이다.
누구나 꿈을 그릴 수 있는 공간 도서관. 엄마들의 꿈을 넘어 아이들의 꿈이 하늘만큼 바다만큼 자랄 수 있는 공간, 마루아라 작은도서관이다. 취재 나안근 기자 95nak@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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