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슈만 ‘헌정, 작품번호 25-1’

슈만, 클라라 & 브람스 ⓷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2/17 [17:29]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슈만, 클라라 & 브람스 시리즈의 마지막은 슈만의 성악곡 ‘헌정, 작품번호 25-1’에 담긴 슈만과 클라라의 이야기다.

    
▲ 클라라와 슈만     © 비전성남

    

슈만의 성악곡 ‘헌정 Widmung’은 그의 연가곡 ‘미르테의 꽃 Myrthen, 작품번호 25’의 26작품 중 첫 번째 곡이다. 슈만이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청혼하며 결혼 선물로 바친 노래다.

    
▲ 미르테 꽃     © 비전성남
▲ 미르테 꽃 그림     © 비전성남

    

이 가곡집의 타이틀 ‘미르테의 꽃’은 유럽에서 신부를 표현하는 꽃이라고 한다. 결혼식에서 신부의 화관을 장식하는 꽃으로 ‘은매화’로 불리기도 한다. 향기가 짙고 순결을 상징한다고 한다.

    

자신의 음악적 영감이며 떨어질 수 없는 연인이자 미래의 신부인 클라라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에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     © 비전성남

    

1840년 9월 12일, 딸의 결혼을 반대하는 비크 교수(클라라의 아버지)와의 오랜 소송 끝에 결혼 증명서를 받아 든 슈만과 클라라는 결국 부부가 된다. 결혼의 희망이 보이기 전까지 슈만이 겪었을 마음의 고난은 그의 첫 번째 연가곡집 ‘리더크라이스 Liederkreis, 작품번호 24’에 잘 담겨 있다.

    
▲ 1839년, 20세의 클라라     © 비전성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후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노래한 ‘리더크라이스, 작품번호 24’. 이 곡집의 다섯 번째 작품(‘아름다운 요람 나의 고난이여’)의 멜로디와 마지막 곡(‘미르테 꽃과 장미’)의 타이틀은 다음 연가곡집인 ‘미르테의 꽃, 작품번호 25’의 씨앗이 된다.

    
▲ 1839년, 29세의 슈만     © 비전성남

    

슈만의 초기 피아노 작품들 속에서도 클라라와 나누는 음악적 교감을 찾을 수 있지만, ‘미르테의 꽃’의 ‘헌정’만큼 적나라하게 클라라가 슈만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밝히는 곡은 없는 듯하다.

 
▲ 클라라가 편집자로 출판한 ‘로베르트 슈만 작품, 시리즈 8’에 수록된 ‘헌정’ 악보     © 비전성남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고통

당신은 나의 세계, 그 안에서 살아간다네

나의 하늘인 당신, 그 속으로 날아가리

오 당신은 나의 무덤, 그 안에

영원히 나의 근심을 묻었다오

당신은 나의 안식, 마음의 평화

당신은 내게 주어진 하늘

당신이 나를 사랑함은 나를 가치 있게 만들고

당신의 시선은 나를 환히 비추며

너무도 사랑스럽게 나를 이끈다오

나의 선한 영혼, 보다 나은 나!

    

 
▲ 독일 낭만파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 비전성남

    

독일 낭만파 시인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 ‘헌정’은 그야말로 절대로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는 영혼의 동반자에게 바치는 찬가이자 사랑의 노래다.

    
▲ 영화 ‘사랑의 노래’ 속 장면. 슈만이 클라라에게 ‘헌정’을 들려주는 모습     © 비전성남
▲ 영화 ‘사랑의 노래’, 함께 ‘헌정’을 연주하는 클라라와 슈만     © 비전성남

 

사랑을 이루기 위한 슈만과 클라라의 시련과 고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음악적 동반자로서의 애정과 존경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목격했을 브람스가 클라라에 대한 연정을 품고서도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한 이유가 이해된다.

    

‘헌정’은, 제목과 가사가 담고 있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 때문에, 청중을 위한 콘서트 앙코르곡으로, 결혼식장에서 신부에게 전하는 축가로 또는 존경하는 스승에게 보내는 노래로 많이 연주된다.

    

슈만과 동시대 작곡가인 리스트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 기교를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편곡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는데 슈만의 ‘헌정’도 리스트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나 오늘날 연주 무대에서 많이 연주되고 있다.

    

슈만의 마음이 가사 없이도 잘 전달이 되는지 리스트의 피아노곡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슈만의 ‘헌정’을 끝으로 슈만, 클라라 & 브람스 시리즈를 마감하며 이번 시리즈의 다른 글과 함께, 슈만을 주제로 한 몰리 토고브의 소설 『A장조의 살인』에 담긴 슈만과 클라라의 음악 이야기를 담은 글도 참고 자료로 올린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음악칼럼 헌정’을 입력하면 슈만의 ‘헌정, 작품번호 25-1’을 비롯해 슈만과 클라라의 영화 속 모습,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작품, 그리고 그밖에 언급된 작품들을 찾을 수 있다.

    

- 슈만, 클라라 & 브람스 ⓵ :

http://m.snvision.seongnam.go.kr/snvision_app/view.html?uid=11179

- 슈만, 클라라 & 브람스 ⓶ :

http://m.snvision.seongnam.go.kr/snvision_app/view.html?uid=11318

- 몰리 토고브의 소설 『A장조의 살인』 :

http://m.snvision.seongnam.go.kr/snvision_app/view.html?uid=9721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