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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이 만난 인생의 책

율동공원 책테마파크, 12월 30일까지 ’화가의 책‘ 전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2/23 [12:4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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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산책을 위해 들른 분당 율동공원에서 재밌는 주제의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책테마파크에서 펼쳐지고 있는 ’화가의 책‘ 전시.

    
▲ 겨울의 고즈넉함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율동공원 책테마파크     © 비전성남
▲ 화가의 책 전시 포스터     © 비전성남

    

‘화가들이 만든 책일까? 아니면 좋아하는 책?’이라는 궁금증도 생기고, 어차피 걸으러 왔으니 천천히 책도 보고, 전시도 볼 수 있다면 일석삼조라는 생각에 전시장을 찾았다.

    
▲ 책테마파크에서는 화가의 책 전시가 한창이다.     © 비전성남

    

입구에 들어서자 (사)성남민예총이 주최하는 ‘화가의 책’ 展이 한창이다. 안내데스크 위 소개글이 적힌 엽서를 보자, 마음속 질문은 이내 풀렸다.

 

전시는 화가들이 인생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책, 생에 의미를 가져다준 책, 주변 분들과 나누고 싶은 책 가운데 하나를 주제로 잡아 구현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 김훈의 '공터에서'를 소재로 한 라광보 작가의 작품     © 비전성남
▲ '노인과 바다'를 형상화 한 설치작품과 '화성의 물리학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나란히 걸려있다.     © 비전성남

    

왼쪽 벽부터 김훈의 장편소설 『공터에서』를 소재로 라광보 작가가 만든 알록달록한 원색도형의 설치작품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시각예술 작품과 그 소재가 된 책들이 나란히 걸려있다.

 

그 옆에는 이 책이 왜 인생의 책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글이나 인상 깊은 문구들도 같이 붙어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아이들도 공감하기 좋다.

    
▲ 오프라 윈프리의 에세이     © 비전성남
▲ 타샤 튜더의 '나의 정원'을 소재로 한 박선미 작가의 작품     © 비전성남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소재로 한 김성수 작가의 작품     © 비전성남

    

화가가 고른 책 중에는 익히 아는 고전이나 언젠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봤을 법한 것도 있지만, 이름도 생경한 낯선 책도 있다.

 

체 게바라 평전, 그리스인 조르바, 조정래의 태백산맥,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연안행. 타샤 튜더의 나의 정원, 오프라 윈프리의 자전적 에세이, 그리고 붕붕... 소설부터 시집,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화가의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 비전성남
▲ 만화책 '고깔모자의 아틀리에'를 형상화 한 작품     © 비전성남

    

아빠와 동생과 함께 왔다는 김나현(초4) 어린이는 소설 『연안행』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보면서 “파란 하늘을 나는 새가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기를 양쪽 날개로 달고 있어서 신기했다. 자유로워 보였다. 전시된 책 중에는 ‘고깔모자의 아틀리에’라는 만화책이 제일 읽어보고 싶다”며,  똑똑하고 야무지게 소감을 말했다.

 
▲ 김태헌 화가의 책 '붕붕'의 설치작품과 유진목의 시집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 비전성남
▲ 유진목 시인의 '당신, 이라는 문장'     © 비전성남

    

관람 중간 즈음, 평소 좋아하는 유진목 시인의 시 ‘당신, 이라는 문장’을 만났다.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이 하나의 문장이었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도치와 철 지난 은유로

싱거운 농담을 하면서 매일같이 당신을 씁니다

어느 날 당신은 마침표와 동시에 다시 시작되기도 하고

언제는 아주 끝난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중략)‘

    

 

박해빈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걸렸다. 가슴 한쪽이 아릿하다. 화가도 그런 모양이다.

 
▲ 주말이 되면 가족단위의 책 읽는 시민들이 테마파크를 많이 찾는다.     © 비전성남

    

겨울이 깊어간다. 개인마다 루틴으로 여기는 많은 종류의 월동준비가 있겠지만 아랫목에 이불 두르고 읽을 좋은 책 몇 권 골라놓는 것 또한 행복한 겨울 채비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화가들이 고른 인생의 책들은 더할 나위 없는 참조 리스트다.

    
▲ '우연한 걸작'을 소재로 한 황가림 작가의 작품     © 비전성남
▲ 화가가 만난 인생책 장편소설 연안행     © 비전성남

    

전시를 주관한 성남민족미술인협회 김성수 회장은 “매해 새로운 주제와 이야기를 담아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기 기획전인 ’숯내를 흐르는 숨결전‘을 개최해왔다.

 

이번이 12번째 기획전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전시를 지향하는 의미에서 ’화가의 책‘을 기획하게 됐다. 시민들의 많은 관람 부탁드린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 12월의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책테마파크를 찾는 시민들이 많다.     © 비전성남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율동공원 책테마파크에서 진행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책테마파크 031-708-3588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