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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우리가 진정 행복해지는 길

김일락 | 분당구 서현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2/23 [14:2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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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 행복해지는 길
김일락 | 분당구 서현동
 
얼마 전 중학생 딸아이가 기침이 잦아들지 않아 아내와 병원에 다녀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내는 병원 정문 바로 옆에서 웬 아줌마가 6살쯤 되는 여자아이와 힘겹게 앉아 있길래 어디 아픈지 묻자 그 아줌마는 평택에서 아픈 딸을 데리고 병원에 왔다가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 그냥 쭈그려 앉아 있는 거라 답하더라 했다. 아내는 아줌마가 평택까지 가는 교통비에 꼬마 아이 과자값까지 3만 원을 건네며 조심해서 가라고 했단다.

아내는 아줌마가 돈을 갚겠다며 자꾸 계좌를 가르쳐 달라기에 속는 셈 치고 전화번호까지 적어줬다나?그리고 3일, 1주일, 보름이 지나도록 아줌마로부터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아내는 돈 3만 원을 되돌려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락이라도 오면 아이의 치료를 잘했는지 안부라도 묻고 싶어서라며 기다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되던 어느 날, 아내는 남편인 나에게 이 사실을 말해줬다. 다 들은 나는 “마누라, 생각보다 순진하네”라며 뻔한 속임수에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는 아줌마가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사람을 속인 게 아니라며 면박을 줬다. 그리고 다시 1주일이 흘렀을까. 토요일 아침, 거실 탁자에 그날 병원에 함께 갔던 중학생 딸내미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엄마, 그 일로 너무 맘 아파하지 마세요. 아마도 그 아줌마 딸이 너무 아파서 아줌마가 그 일을 까먹었을 거예요. 아니면 정말, 엄마에게 돈을 부쳐주고 싶었는데 사정이 너무나 어려워서 그랬을 거예요. 울 엄마 세상에서 가장 멋져! 짱!!!’

아이 말이 맞았다. 아이가 더 어른스러웠다. 아줌마를 그냥 이해하면 되는 것을. 정말 아내가 속은 거라 해도 우리 딸처럼 생각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세상을 그렇게 너무 각박하게 보지 않는 딸내미의 속 깊은 마음씨. 덕분에 우린 진심으로 그 아주머니 딸의 건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1월 7일(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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