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만두의 계절이다. 동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 나오듯 배고플 때, 심심할 때, 손님 올 때, 눈비 올 때 꺼내 먹는 맛난 만두.
12월 24일 낮 12시, 상대원2동 상원경로당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만두 잔치가 열렸다. 경로당 어르신들이 마을 사람들과 제일 잘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다.
어제부터 준비하기 시작해서 디데이인 오늘은 새벽 5시에 경로당에 나왔다는 안금자 상원경로당 부회장. 김치만 10통 이상 들어갔고, 두부 3판, 고기 15근 등 속재료도 양이 많아 준비가 힘들었지만 다들 좋아하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미소가 번졌다.
“자아~ 만두 나옵니다!” 만두피를 동그랗게 밀고, 다진 김치와 고기, 두부 등 갖은 재료가 골고루 잘 섞인 만두소를 넣어 모양을 다듬고, 다 만든 것을 나르며 아이들도 신났다. “요즘은 집에서 만두를 빚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젊은 사람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일이고, 젊은 엄마들이나 아이들 모두 유익한 체험이니 어르신과 함께 3대가 같이 만들어보자 해서 기획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공경하고, 어른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임의 장에서 다 함께 빚어 먹으니 더 좋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두 잔치를 열려고 합니다.” 상대원2동 엄기소 동장과 상대원2동1복지회관 박미경 관장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만두소가 너무 많으면 만두가 터진단다. 옳지, 그 정도면 딱이네!” “할머니, 제 만두 예쁘지요?” 어르신들의 지혜와 저마다 자기 만두가 예쁘다는 아이들의 웃음이 어우러진 경로당. 세상에서 제일 맛난 만두라는 자랑도 함께다.
뜨끈뜨끈한 만두전골,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동치미, 잔칫상의 단골 음식 잡채, 매콤 향긋한 굴무침, 영양 가득 달달한 호박식혜 등 어르신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다 함께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정말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만두소를 얼마나 넣는지 양을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어른들이 알려주셔서 쉬워졌어요. 앉아서 하니까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픈데 그래도 재밌어요. 내년에도 꼭 할 거예요!”(대원초등학교 3학년 이은지) “우리 마을에는 엄마들의 재능을 아이들에게 풀어주는 마을교육공동체도 있습니다. 오늘 어르신들과 만두도 빚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정말 귀한 시간이었네요. 아이들에게도 산교육이 돼 더욱 좋습니다. 앞으로도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자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김경민 샛길나눔터· 마을교육공동체 대표)
속이 꽉 찬 만두처럼 경로당에 꽉 들어찬 이웃 간의 사랑. 설날 아침 만두를 먹고 한 살 더 먹은, 동화 속 손 큰 할머니와 숲속 이웃들처럼, 만두와 함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를 응원한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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