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화해
이민경 | 분당구 백현동
 
우리 아파트 동에 근무하는 경비아저씨는 단지 내 주민들, 특히 초중고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인기 짱이다.

학원에서 영어교사로 20년 넘게 재직하다가 퇴직한 영어 전문가였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갈 때마다 유창한 영어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영어 농담까지 하곤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학생에게는 영어 공부하는 요령을 가르쳐 줬더니 아이 성적이 올랐다며 학부형이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한 일까지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경비실 아저씨는 영어선생님 혹은 엉클 킴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하며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아저씨가 안 보였다. 관리실에 알아보니 경비아저씨가 1주일 전 한 입주민에게 경비실에 보관하던 택배를 찾아가라며 저녁 8시 반쯤 인터폰을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폰을 받은 주민이 다짜고짜“지금이 몇 신데 전화하냐, 당신은 잠도 없냐, 당신은 시간개념도 모르냐, 무슨 경비가 이렇게 생각이 없냐”고 큰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순간 엉클 킴 아저씨는 이러다간 무슨 일 일어날지 모르겠다 싶어 당장 관뒀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아이들까지 나서서 그 아저씨 다시 보게 해 달라고 부모들한테 보채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부모들과 관리실이 나서서 엉클 킴 아저씨에게 다시 근무해 줄 것을 통사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엉클 킴 아저씨는 결국 다시 우리 아파트로 오게됐고, 실수로 경비 아저씨에게 ‘사표’를 쓰게 했던 주민도정중하게 사과했음은 물론이다.

마음을 연 화해 덕분에 모든 게 다 잘 마무리돼 우리 아파트는 다시 친절하고 따스한 마음이 흐르는 공동체가됐다. 덕분에 다들 기뻐했다.
 
서로 웃으며 부대끼고 이해하며 양보하고 존중하는 사회다. 성남 이웃들은 늘 그런 따스함을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2월 7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