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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아이 키우는 마을

계태화 분당구 분당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2/24 [12: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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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마을
계태화 분당구 분당동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요즘 꽤 유명한 말이다. 아기들이 줄어든 시대에 맞게 부모 말고도 여러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돌 지난 지 얼마 안 된 딸이 있는 나에게 이 말은 너무나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요즘 우리는 나들이길이 즐겁다. 밖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웃들 덕분이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하고 친손주를 만난 듯 함박미소를 짓는 슈퍼 아주머니도 보고, “그 녀석 잘 생겼다”라며 딸인데 아들이냐고 묻는 어르신 때문에 깔깔 웃기도 한다. 어디에나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 칭얼거리는 아기를 함께 달래주고, 아기 손에 간식을 쥐어주는 일도 많다. 이곳이 내가 20년 가까이 살아 온 그 동네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느낀다. 아기가 없으면 전혀 몰랐을 것이다.

굵직한 복지는 워낙 잘돼 있는 성남이다. 하지만 정겨운 마음까지는 복지 제도가 다 할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은가. 이웃들이 아기에게 베풀어주는 친절과 사랑이 너무나도 따스해 언젠가는 꼭 마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해드려야지 싶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마을버스에서 잠든 아기를 들쳐 안고 내리다가 그만 아기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다.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몇 번이나 돌려봐도 소용이 없다. 흔히 버스에 물건을 놓고 내리면 누가 집어가거나 쓸모없는 것은 버리기도 한다. ‘영영 잃어버렸구나’ 싶었다. 문화센터에서 아기와 수업을 받는 동안, 머릿속에는 신발이 아른거렸다.

수업이 끝나고 같은 정류장에 바로 그 버스가 오는 게 아닌가? 앞문이 열리는 순간, 단정히 놓여 있는 반짝이는 분홍 신발, 그것이 보인다! 아기 것이라서 주워뒀고, 사무실에 두면 찾아오는 일이 드물어 일부러 잘 보이게 앞에 뒀다고 기사 아저씨는 말했다.

활짝 웃으며 아기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시는 기사 아저씨께 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그동안 고마운 성남의 이웃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한껏 전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3월 6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