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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아이들에게 세상과의 다리 되고파”

‘짜장면 봉사의 달인’ 천향 김호강 대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2/24 [14:2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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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오늘이 어르신들께 짜장면 대접하는 날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취소돼서 안타까워요. 짜장면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수정구 위례동에 위치한 중식당 ‘천향’의 김호강(43) 대표는 매달 위례지역 어르신들과 아이들 300여 명에게 짜장면 봉사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식 볶음면 최강 달인으로 ‘SBS 생활의 달인’으로 선정된 중식계의 달인이지만, 지역에서는 생활의 달인 못지않은 ‘짜장면 봉사의 달인’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아버지께서 늘 말씀 하셨어요. ‘니가 버는 만큼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어르신들께 베풀고 잘해 드려라’라고요.” 그는 아버지의 그 말씀을 숙제로 여기며 숙제를 풀어가며 살고 있는 듯하다. 짜장면 봉사가 필요한 곳은 위례지역뿐 아니라 어디든 마다 않고 참여해 연평균 8천~9천여 명에게 짜장면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아직도 짜장면을 꼭 먹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보육원이요. 보육원 아이들에게 짜장면을 먹이면서 그 아이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어요.” 성인이 되면 500만 원의 보조금만 들고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보고서 가슴이 아팠다는 김 대표.

“그 아이들의 막막함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중식에 관심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내가 하는 요리를 가르쳐서 취업의 길도 열어주고 자립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우리 매장엔 기숙사도 있거든요.”

김 대표가 왜 이토록 보육원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물었다. “전 어른이잖아요. 세상과의 다리가 돼 줘야하는….” 질문이 무색한 현답이다.

그의 짜장면 봉사는 2015년 송파 석촌동에 작은 중국집을 운영하면서부터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 가게 앞을 기웃거리는 한부모가정 어린이와 홀몸어르신 몇 분에게 짜장면을 대접한 것이 그를 ‘짜장면 봉사의 달인’으로 만든 시작이었다.

그는 “대학을 다니다 우연히 ‘청요리’를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권유에 재미삼아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워보니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맞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가 음식을 만들면서 늘 마음속에 새기는 말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한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아서,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말이다.

그 때문에 김 대표의 매장 식재료는 대부분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증한 HACCP(해썹) 제품이다. “음식 하는 사람으로서 손님이 맛있게 드시고 잘 먹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김 대표.

그에게 짜장면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미소부터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재미있고 즐거워요. 양 볼에 짜장면 소스를 잔뜩 묻히고 짜장면을 먹는 아이의 모습도 재미있고, 맛있게 먹었다며 고마우니 전단지라도 달라며 동네에 돌려주겠다는 할머니 말씀에도 행복하고… 짜장면 봉사는 제게 힐링타임입니다.”

중식 볶음면의 최강 달인인 그가 가장 잘하는 중식이 궁금했다. “짜장면, 짬뽕입니다. 하하하” 겸손한 대답이다.

“주위 사람들을 챙기면서 지금처럼 열심히 사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는 그는 마음이 춥고 힘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따뜻한 짜장면 한 그릇이 마음의 약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 정경숙 기자 chung09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