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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클래식 음악] <더 콘서트> - 못다한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3/02 [13:3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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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자발적 겨울잠 기간에 들어간 듯하다.

    

불필요한 외부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활동은 문화예술 활동이다.

    

공연 취소 연락과 함께 통장 알람이 예매한 공연 티켓이 환불됐음을 알린다. 공연 취소가 나에게 주는 피해는 없다. 캘린더에서 스케줄 하나를 삭제하기만 하면 된다. 기다리던 공연 하나 못 본다고 큰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공연을 준비한 예술인들에게는 다른 문제다.

    

공연은 그들에게 생존이다. 예술인들에게 갑작스런 공연 취소는 한 달 내내 열심히 일하고 월급날 월급을 못 받는 것과 같다. 거기다 공연장 대관비와 부대비용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예술인들이 공연장에 서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생사가 달린 일일 수도 있다.

    

비전성남 음악칼럼에 소개한 영화 <더 콘서트> 속 음악인들의 이야기도 그리 다르지 않다. 예술가가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현실에서는 바이러스이고 영화에서는 정치적 이념이라는 것이 다를 뿐.

    

정치적 이념으로 인해 무대에서 쫓겨난 모스크바 교향악단원들은 생존을 위해 구급차 운전사, 이삿짐 직원, 재래시장 상인, 박물관 직원, 택시운전사 등의 길을 택한다. 그들이 악기를 내려놓은 것은 더 이상 무대에 서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무대가 자신들을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굶어죽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거 모스크바 교향악단 지휘자였던 주인공 안드레이가 볼쇼이 극장에서 빼돌린 파리 공연의 기회는 어쩌면 정치적 이유로 박탈된 그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행위인지도 모른다.

    

파리 극장에서 옛 영광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 단원들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옛 모스크바 교향악단 단원들이 들려주는 연주는 짧지만 아름답다.

    

은퇴한 트럼펫 주자가 연주하는 장-밥티스테 아르방의 ‘베니스의 사육제 Carnival of Venice’, 재래시장에서 들리는 오보에 연주자의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Le Lac de Cygnes’, 집시들 사이에서 들리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 장-밥티스테 아르방     © 비전성남
▲ 차이콥스키, 1888년경     © 비전성남
▲ 멘델스존     © 비전성남

    

생존을 위해 잠시 악기를 내려놓았을 뿐, 마음속으로는 항상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이 영화의 주요 음악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소개된다.

    

안드레이가 지휘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시작 부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 ‘안단테’(이 곡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테마곡으로 유명하다). 그 환상을 깨는 안드레이의 전화벨소리,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 중 피날레.

    
▲ 모차르트     © 비전성남
▲ 로시니     © 비전성남

    

파리 샤를 극장 리허설 장면에서 안드레이의 친구 샤샤가 첼로로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집시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 리허설 대신 파리 지하철을 택한 단원이 연주하는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

    
▲ 클림트가 그린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1899년)     © 비전성남
▲ 파가니니     © 비전성남

    

연주 전 두 주인공 안드레이와 안느-마리가 만나는 레스토랑 장면에서 들리는 로베르트 슈만의 ‘환상소곡집’ 1번 ‘석양 Des Abends.’ 안느-마리의 매니저인 구일렌이 안느-마리에게 남긴 편지와 함께 들리는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 Titan’ 1악장.

    
▲ 로베르트 슈만     © 비전성남
▲ 말러     © 비전성남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예술가들과 취소된 공연들로 삭막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시민들을 위로하며 영화 전반에 걸쳐 들리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무기력한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길 바란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영화속클래식 더 콘서트 못다한이야기’를 입력하면 위에 언급된 음악들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