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얻은 교훈
김준수 중원구 은행동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새가 운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 따뜻한 기운이 대지를 감싼다. 2020년 봄 풍광도 다른 해와 다를 리가 없다. 꽃피는 봄은 그대로다.

그러나 이 봄 우리네 심정은 착잡하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할퀴고 남긴 상처가 너무나 깊고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하면서 역설적으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절실히 느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 갇혀 살아보니 이대로 나 홀로 고립해서는 도저히 살 수 없겠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치명적인 전염병에 내가 걸리기라도 한다면 가족 말고 누가 나를 돌봐 줄 것이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없다면 이 위급한 사정을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한단 말인가. 비단 가족과 친구뿐이겠는가. 직장 동료나 옆집 이웃, 거래처,취미 활동 파트너 등등 내 곁의 모든 사람이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임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나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라는, 다시 말해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좋다’는 대인관계 원칙을 좋아한다. 그래야 덕 볼 일도 없고 손해 볼 일도 없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아무래도 이 ‘얄팍한 처세술’을 폐기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염병 차단에나 필요한 비상수단임을 저절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거리 좁히기’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가족에게는 내가 먼저 화내지 않으려 한다. 소식 없는 친구에게는 섭섭한 마음을 갖기 전에 내가 먼저 연락하겠다. 아파트 경비원이나 복도 청소하는 분에게도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리라. 등산로와 공원의 산책로에서 지나치는 길손에게도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하려고 한다. 못 본 척하고 지나치지않을 것이다.

살다가 뜻밖에 얻은 교훈, 그건 ̒먼저 마음을 열고 그 간격을 좁히라’는 것이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4월 10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