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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독서릴레이 16 이동배 성남교육지원청 장학사] 학생들의 다양한 실험과 넘어짐이 용인되는 공간은 왜 필요한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4/06 [15:4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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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민들레 펴냄     © 비전성남


십수 년 동안 교사로서 아이들과 마주할 때 힘든 점 중의 하나는 여러 이유로 학교의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이다.
 
아이들을 잘못 가르친 것이 아닌가,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로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변명과 자괴감을 느끼며, 더 좋은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고민이 교육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가게 됐다.
 
그런 나의 고민을 알게 된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책 중의 하나가 바로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이다.
 
저자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는 미국 뉴욕주에 있는 알바니 프리스쿨(자유학교)의 전임 교장 선생님으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삼십 년 가까이 아이들과 교사로서 만나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미국의 사례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됐다. 그동안 대안학교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뜨리는 데도 역할을 했다. 이 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 감명 깊은 점 두 가지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첫째, 알바니 프리스쿨은 ‘문제아는 없다’라고 선언한다. 오히려 문제아로부터 구성원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배운다.
 
“소위 말하는 ‘문제아’가 학교공동체 내에 발생했을때 어른이 만들어 놓은 방식 속에서 깔끔하게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경우, 학생들은 갈등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다룰 수 있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법을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잃게 된다.
학생 스스로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이의 고유한 개성과 독특한 발전 시간표를 참고 견디며 관대하게 봐주는 일, 아이들이 타고나는 풍요로운 생명력을 조금이라도 해치는 일 없이 성장할 수있게, 적절한 한계와 안전한 경계 안에서 돕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남들이 문제아라고 낙인찍던 아이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둘째, 알바니 프리스쿨의 학생들은 배움을 어떻게 즐거워하게 됐을까?
 
“아이들은 스스로가 자신에게 흥미롭고 의미가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그 분야를 공부하는 데 있어 스스로가 책임자가 되어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학습을 위한 동기부여는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느끼는 만족감과 뿌듯함에서 비롯되는 흥분이다.
또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학습과업과 학습성취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학습에 있어서 어떠한 컨디셔닝(조건화)도 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모든 아이들의 배움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스스로 배워나가도록 자동 조정되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 개개인의 개성적인 특질과 고유한 발달 시간표에 맞추어 환경이 적절하게 따라 준다면 어떤 아이나 자신의 지성이 충분히 피어난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다.”

40여 년 전 미국의 알바니에서 시작한 자유학교의 배움에 대한 철학과 교육과정이 나에게 주는 가르침은 ‘학교가 학생들의 독특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타인과의 관계, 내적 자아와의 관계, 두려움과 배움의 문제, 삶의 정수를 농축시키는 일, 자아상을 발견하고 삶의 일화들을 창조하는 메타포를 발견하는 일, 학생들의 자유와 교육공동체의 책임 등을 학교가 같이 고민하고 격려해준다.
 
필자가 현재 성남교육지원청에서 담당하는 ‘몽실(夢實)학교’는 지역사회협력 미래형 청소년 자치배움터로서 슬로건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이다. 몽실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는 공동체, 책임감, 도전, 배려, 나눔으로 ‘모범생’보다 ‘모험생’을 기르는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을 찾다 기꺼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움의 야생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존재로서의 귀한 가치를 깨닫고 더 나아가 우리, 마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이들과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지역사회주민과 교사들의 지원과 관심, 참여를 부탁한다.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5월 주자는 성남지역에서 대안대학 ‘파이’를 운영하시면서 상처받은 학생들의 꿈을 위해 오랜 기간 지원해오신 호서대학교 김혜원 교수님을 추천한다.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⓵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⓶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⓷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⓸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⓹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⓺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⓻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⓼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⓽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⓾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⑪ 스토리텔링 포토그래퍼 김윤환 『포노 사피엔스』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⑬ 주부 유재신 님 『정원가의 열두 달』
⑭ 황찬욱 학원장 『위험한 과학책』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라틴어 수업』
⑯ 성남교육지원청 이동배 장학사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⑰ 김혜원 호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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