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저금통을 통째로 들고 오고,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대회에서 받은 포상금을 모으고, ‘소방관 아저씨, 힘내세요’라고 꾹꾹 눌러쓴 편지를 엄마가 모은 마스크 사이에 집어넣는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랬듯,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기사로 옮긴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STORY ① 구미동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 주세요.마스크 열 장과 그동안 모아온 동전입니다. - 익명의 중학생
3월 23일 구미동 행정복지센터. 한 학생이 좋은 일에 써달라며 종이가방을 내려놓았다. 직원이 붙잡고 인적 상황을 물어봤지만 중학생이라고만 하고 나갔다고 한다. 종이가방에는 저금통 두 개와 마스크 열 장,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는 메모가 있었다. 외출도 힘들고 개학도 연기돼 답답할 텐데 남을 먼저 살피는 생각이 기특하고 고맙다. 저금통 하나는 해외 빈곤 아동을 돕는 사랑의 빵 저금통. 평소에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학생이다.
같은 날 분당소방서 판교119안전센터. 한 시민이 찾아와 구급대원에게 “코로나19로 고생하시는 소방대원 분들에게 드리고 싶다”며 쇼핑백을 건넸다. N95마스크 150개와 색연필로 쓴 ‘소방관 아저씨, 힘내세요’라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구급대원이 받을 수 없다고 하자 시민은 “필요한 곳에 꼭 전달해 달라”며 급히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마스크 150장은 장애인과 홀몸노인 등 15가구에 전해졌다. 여수동 익명의 한 시민도 그동안 가족이 모은 마스크 100장을 저소득 취약계층에 전해달라며 시에 기부했다. 시는 시민들의 이러한 기부와 시 콜센터로 걸려온 마스크 기부 방법 문의를 계기로 시청 로비, 수정·중원·분당 3개 구청 현관, 50개 동 행정복지센터 입구 등 총 54곳에 마스크 기부함을 설치했다. 기부함에 모인 마스크는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된다. STORY ② 코로나19 사태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습니다. - 위례동 떡집 박준필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관내 노인이용시설과 경로식당이 문을 닫은 상황. 평소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식사가 걱정된 위례동 한 떡집은 3월 초 일주일간 매일 기지떡 10박스를 수정구청과 위례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홀몸어르신, 돌봄아동, 결식아동에게 전달했다. 이른 새벽부터 만든 기지떡에는 어르신들의 소화 기능까지 배려한 세심함이 담겼다. STORY ③ 지금은 고통의 시간이 더디 흐르고 있지만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부디 건강 회복하시고 일상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 성남시 중원도서관 사서
성남시 중원도서관 직원들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조금이라도 돕자며 회의를 열고 성남시의료원에 입원한 감염환자들에게 책을 전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직원들은 주말 동안 각자 심사숙고해 책을 구입하고, 손수 편지까지 써서 성남시의료원에 전달했다. STORY ④ 요양시설의 어르신들은 장기 격리와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두 배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 ㈜사랑과선행 이강민 대표
성남시 사회적기업이자 고령친화식품 전문기업 (주)사랑과선행은 국제구호개발NGO 월드휴먼브리지(경산지부)를 통해, 경북지역 코호트 격리 요양원과 장애인공동주거시설 등 38곳, 김천시 요양원 1곳에 4,100만원 상당의 고령친화 간편식(HMR)을 기부했다. 도움을 받은 김천시 요양원은 코호트 격리된 상태에서 마을에서 외부차량 출입을 통제해 식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주)사랑과선행은 구리이온 항균마스크를 전국 노인요양시설에 50% 할인된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STORY ⑤ 지금처럼 같이 노력하면 잘 이겨낼 수 있고 지금보다 더 튼튼하게 더 아름답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안나의집은 코로나19사태가 시작되면서 급식소 운영을 중단하고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무료급식소 대부분이 문을 닫아 서울이나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이들도 있고, 이 도시락이 하루 끼니의 전부인 이들이 대부분이라 평소보다 150인분 정도 많은 700인분 가까이 음식을 만든다. 도시락 용기, 비닐과 수저 등의 일회용 물품 구입, 전보다 일정치 않은 봉사 활동 등으로 어렵지만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이어가고 있다. STORY ⑥ 계약 이전에 한 동네 이웃으로 어려움을 두고 볼 수 없어 마음을 모았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서일로 마을 건물주 모임 남주희 회장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자 2월 말 성남시 위례동 서일로마을 8개 건물주들이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했다. 성남제일새마을금고도 사옥 5개소 내 상가의 임대료를 낮췄고, 성남산업관리공단, 재향군인회, 새마을회, 호남향우회 등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사옥 내 점포 임대료를 인하했다. 성남시에서는 3월 26일까지 52명의 건물주들이 140개 점포의 임대료를 인하했다. 요식업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정부 지원이나 시민운동의 혜택은 큰 시장이나 받는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선물로 다시 일어설 각오를 다진다”며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STORY ⑦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며 회원 모두기쁜 마음으로 동참했습니다.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성남시새마을부녀회 김귀자 회장
성남시새마을부녀회와 성남시자원봉사센터 모집으로 모인 자원봉사단체 회원과 자원봉사자 70여 명은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장애인,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 전달할 면마스크를 제작 중이다. 마스크는 필터교체형이며 세탁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 하루 제작량은 200~300개. 새마을부녀회와 성남FC줌마서포터즈, 사랑나눔봉사단 등은 3월 24일 그동안 만든 마스크 어린이용 1,500개, 성인용 3,500개를 교체용 필터와 함께 시에 전달했다. 필터 일부는 상대원 소재 세노컴퍼니에서 기증한 원단(50m)으로 만들었다. 우선 3월 말까지 3천 개를 더 만들 예정이다. STORY ⑧
최민정 선수, 손세원 감독 등 성남시청 직장운동부빙상팀은 성남지역 의료진의 마스크와 취약계층격리자를 위한 생필품 구매에 900만 원을 시에 기탁했다. 성금은 올해 2월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받은 포상금을 모아서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성남시에는 개인, 기업, 단체, 기관에서 기부하는 마스크, 손소독제, 휴대용 살균기, 비타민, 방호복 등의 성품과 성금이 이어져 현재까지 10억여 원에 이른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찾아가고 보살피는 마음과 손길이 마중물이 돼, 우리 성남시는 코로나19 극복뿐만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살맛나는 성남으로 거듭날 것이다.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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