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온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신부). 코로나19 여파로 무료급식소들의 운영중단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안나의집은 2월 말부터 급식소를 열지 않는 대신 도시락을 배식하고 있다. “원래 1달에 1번 왔는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1주에 1번씩 오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지요. 어려운 분들이 더 잘 드시게 해서 면역력을 길러야 해요.” 정오를 전후로 속속 모인 봉사자들. 재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하느라 바쁘지만 마스크를 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근처에 거주하는 봉사자도 있지만, 두세 시간 이상 먼 거리에서 찾아오는 봉사자도 많다.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개신교, 불교신자, 개강이 연기된 대학생들, 퇴직한 중장년층, 70대 이상의 고연령층까지 종교와 세대를 넘어 봉사 열기가 뜨겁다. 육류, 채소, 쌀, 빵 등 식자재 기부는 물론, 최근에는 재난안전자금 카드를 기부하는 익명의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요즘 봉사하면서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모습 발견했습니다. 코로나가 심각해도 어려운 사람들 위해 봉사하는 모습에 감동받고, 눈물 납니다. 정말로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안나의집 김하종 신부는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노숙인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급식소에 사람들이 모인다고 민원도 많이 들어왔어요. 그러나 여기 오는 사람들 버리지 못합니다. 하루 한 끼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오갈 데도 없고 식사 못 하면 바이러스 걸릴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어요. 의사선생님 말씀도 건강하려면 첫째, 잘 먹어야 됩니다. 그리고 마스크 쓰고 손 자주 씻으면 됩니다. 이 친구들이 건강해야 성남시민들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버리면 안 됩니다.”
조리가 끝난 후 설거지와 뒷정리, 포장, 운반, 배분까지 봉사자들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평균 500~600개의 도시락을 준비하는데, 오늘 봉사자가 너무 적어서 어쩌지 싶다가도 어떻게, 어디서라도 봉사의 손길이 다 채워져서 신기하다고. 봉사의 원동력을 묻자 “우리 신부님이 멋있으셔서요!” 하고 다 같이 함박웃음이 터진다.
“외국인이신데도 우리나라에 오셔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신부님이시잖아요. 자국민인 우리는 당연히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솔선수범해 일하시니 모든 사람들이 보고 배웁니다. 오신 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우리도 행복해요.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어서 생활비도 좀더 절약해 기부하게 되고, 좀도리 쌀(밥을 지을 때 쌀 한 움큼씩 덜어 작은 단지에 모아둔다는 뜻)을 가져오는 분도 계세요. 조리할 때도, 도시락을 쌀 때도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나눔의 마음이 진짜 힐링인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들과 지인들이 염려하기도 했지만, 여러 봉사자들의 사랑이 함께하니 무섭지 않아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분들이 같이하면 좋겠습니다.”
봉사하면 행복하다는 봉사자들. 자랑할 일 아니라며 한사코 익명을 고집하며, 생활비를 절약하고, 쌀을 아껴 가져오는 기부자들.
이들이 퍼뜨리는 사랑의 바이러스가 질병의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있다. 안나의집 홈페이지 : http://www.annahouse.or.kr 후원문의 : 김민희 사회복지사 031-757-6336 봉사문의 : 이미자 조리사 031-756-9050 후원계좌 : 농협 171405-51-047081(안나의집) 국민 275401-04-093261(안나의집)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