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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클래식 음악] 영화 <작은 아씨들> & 슈만 <나비, 작품번호 2>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5/26 [12:3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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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를 연주하는 베스 포스터     © 비전성남
 
올 2월 국내 개봉된 <작은 아씨들>은 미국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소설 『작은 아씨들』 (1868)은 네 자매의 어린 시절, 꿈, 사랑, 결혼, 성공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로 만들어진 건 이번이 일곱번째다.
 
배우이기도 한 감독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이 이전 영화들과 다른 점은 여성 감독의 시선이 들어갔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조각난 올컷의 원작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퍼즐처럼 맞춰졌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음악이 큰몫을 한다.

특히, 셋째 ‘베스’가 연주하는 피아노곡들은 7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네 자매의 이야기를 2시간 15분 길이의 필름에 압축하는 과정에서 긴 대사나 설명 없이도 감독의 의도를 비밀스럽게 전달한다.
 
영화 중반, 베스가 이웃 로렌스 씨 집 그랜드 피아노에서 연주하는 곡은 로버트 슈만의 <나비, 작품번호2>의 열 번째 곡 ‘가면을 벗기다’이다.
 
슈만의 <나비>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작가 장 폴의작품 『개구쟁이 시절 Flegeljahre』(1804)의 마지막장 ‘애벌레의 춤’ 속 이야기를 서주와 12개 소품으로 재현한 피아노곡이다.
 
영화에 사용된 10번 곡 ‘가면을 벗기다’는 쌍둥이 형제 ‘발트’와 ‘불트’가 아름다운 폴란드 소녀 ‘비나’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가면무도회장에서 서로의 가면을 바꿔 쓰고 소녀와 춤을 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 확인을 위해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이야기는 베스의 <나비> 연주 전 장면 속 첫째 ‘메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웃집 가정교사를 맘에 두고 있지만 가난이 지긋지긋해 결혼 적령기 남녀의 배우자 물색을 위해 마련된 사교파티에 참석한 ‘메그.’ 친구의 화려한 비단 드레스를 빌려 입고 파티를 즐기지만 결국엔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메그’에게 보내는 피아노 선율인 셈이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듯이 베스의 피아노곡 속에 담긴 의미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영화 <작은아씨들>이다.


유튜브에 ‘비전성남 영화속클래식 작은아씨들’을 입력하면 관련 영상과 음악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