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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독서릴레이 19 홍의택 가천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시대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마주하다

무한한 한국인의 미적 세계 『명묵(明黙)의 건축』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6/24 [15:4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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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개천 지음    컬처그라퍼 펴냄     © 비전성남
 
글로만 읽자면 이 책은 전공자들을 위한 전문 서적에 가깝습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24곳의 건축물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품격이 넘쳐납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전통 건축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성취한 건축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닫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건축에 투영된 삶의 방식과 시대 정신, 종교와 학문 그리고 예술에 대한 지적 통찰력을 얻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세계를 알 수 있는 통로와 배경이며, 그들이 이룩한 수준 높은 건축적 이상들은 오늘에는 물론 다음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가치를 지닌다고 이야기합니다.
 
『명묵(明黙)의 건축』은 에세이나 여행기처럼 편하게 읽히지 않고 범인이 알기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는 지식의 해례본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또 다른 형태의 공저자인 관조 스님의 놀라운 사진들은 24곳의 전통 건축을 글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조 스님의 사진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이란 개념을 넘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감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표지의 병산서원(屛山書院)의 만대루(晩對樓) 사진은 책 속 24곳의 사진들을 모아 웅변하듯 합니다. 저는 이 만대루 사진 한 장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감히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 책은 우리 건축에 대한 탁월한 시선을 가진 김개천이라는 공간디자이너와 관조 스님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했습니다. 우리 공간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 고르고 골라 24곳으로 압축해 뷔페처럼 우리 전통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소들이 그리 크게 낯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에게는 답사(踏査)라는 독특한 의식(儀式)이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나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답사는 첫사랑의 이름같이 설레기도 하고 번잡함을 털어내는 의식이며 자기 수련의 도량(道場)과도 같습니다. 대학 시절 은사님의 가방을 거들고 떠나는 답사는 좀 거북하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제가 제자들을 데리고 은사님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책에는 없는 은사님의 가르침이 이뤄진 그 순간들을 기억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동료도 선배도 외국 답사에 열중하던 시절 은사님과 함께한 우리 건축과 공간 답사는 미지의 탐험 같았고 늘상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답사 문화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격언이 있습니다. “먹는 만큼 가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명언(?)입니다.
 
답사에는 강한 체력과 지구력이 필요하고 또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그냥 집이고 담이고 길일 뿐이죠. 그래서 답사를 준비할 때는 좋은 가르침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명묵의 건축 』은 정말 보석과도 같은 책입니다. 목차를 보면 ‘허와 질서-천강(天江)이 흐르는 예적(禮的) 질서, 병산서원 만대루’ ‘침묵과 작위-중천(中天)에 밝은 구름의 집, 종묘 정전’처럼 시구 같은 글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목차만으로도 저자가 얼마나 깊은 성찰을 통해 우리 건축을 설명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답사지를 고르라면 저는 늘 입교당(立敎堂) 마루에 앉아서 바라보는 천강에 떠 있는 ‘만대루’를 최고의 장소로 꼽곤 합니다. 양동마을 심수정(心水亭)의 무한의 공간감도 볼만하고 소쇄원(瀟灑圓)의 제월당(霽月堂)을 넘어 광풍각(光風閣)의 다이내믹함은 정말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우리 건축과 공간은 사계절 아름답습니다. 그 계절의 백미에 찬란하게 찍은 사진들은 글보다 웅장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의 가치는 이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칩니다.
 
새로운 계절, 이 한 권의 책과 카메라를 들고 24곳의 아름다운 우리 모습을 찾아보길 감히 권합니다. 이 책은 서재를 넘어 길에서 만날 때 그 가치가 빛나는 책입니다.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8월 주자는 제가 존경하는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김진엽 선생님이십니다. 김진엽 선생님은 어떤 책을 추천하실지 기대해 봅니다.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①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②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③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④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⑥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⑦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⑧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⑨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⑩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⑪ 스토리텔링 포토그래퍼 김윤환 『포노 사피엔스』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⑬ 주부 유재신 님 『정원가의 열두 달』
⑭ 황찬욱 학원장 『위험한 과학책』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라틴어수업』
⑯ 성남교육지원청 이동배 장학사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⑰ 김혜원 호서대학교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
⑱ 정소영 세계동화작은도서관장 『가재가 노래하는 곳』
⑲ 홍의택 가천대학교 교수 『명묵(明黙)의 건축』
⑳ 김진엽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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